"쓰지 마세요.전 정치인이 아니잖아요." 여의도 정가의 '최전선'인 대변인실에서만 32년간 활약한 한나라당 김숙자씨(51·부국장 대우). 오는 26일 노모의 병수발을 위해 퇴임하는 김씨에게 18일 소감을 묻자 본능적으로 '기사거리'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손사래부터 쳤다. 1972년 여고를 졸업하고 당시 공화당 공채로 대변인실과 맺은 연이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까지 이어지면서 어느새 구 여당사(史)의 산증인이 됐다. 그가 모셨던 대변인만도 29명. "김창근 신형식… 박희태 강재섭… 남경필 박종희 박진."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다. 그 가운데서 그는 88년부터 93년까지 4년2개월간 최장수 여당 대변인을 지낸 박희태 의원을 가장 먼저 꼽았다. "재치와 유머가 넘쳤고 상황에 딱 들어맞는 기막힌 표현을 잘 찾아내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정치적 사건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를 꼽았다. 당시 오유방 대변인이 박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엉엉 울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한다. '대변인실 왕언니' 생활을 마감하는 김씨는 "말을 함부로 해선 안돼요.그래야 정치가 발전해요"라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