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혁신의 현장] (10ㆍ끝) 대한통운‥'하늘이 도운 기업' 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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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업체들엔 지난해는 악몽과도 같았다.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하역 부두시설의 상당수가 파괴돼 물자를 제대로 수송할 수 없었다.
화물연대 파업도 골칫거리였다.
자사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물류업체들은 물자가 쌓여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한통운은 잇달은 악재를 모두 피했다.
오히려 경쟁업체들과 거래하는 고객사들의 물량까지 추가로 수주, 평상시보다 5∼10%가량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때문에 경쟁업체들로부터 '하늘이 도운 기업'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곽영욱 사장은 "운이 좋았다기보다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한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라며 "지난해는 장비관리, 인력관리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한 해였다"고 말했다.
태풍 '매미'가 상륙했던 지난해 8월.
곽 사장의 행보는 경쟁사의 CEO보다 훨씬 빨랐다.
태풍의 진로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 지역 지점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또 '특별지시공문'을 통해 전 직원들에게 위기상황에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직원들도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추석 연휴를 자발적으로 반납했다.
회사에 나와 밤을 새며 상황 변화에 대처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부산 등 항만 지점의 경우 컨테이너 하역 장비인 겐트리크레인은 필수 장비.
높이만 80m에 이르는 대형 철골 장비들이기 때문에 안전한 지역으로 크레인을 옮길 수는 없었다.
곽 사장은 차선책으로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는 레그(leg)를 바닥으로 내려놓아 크레인의 무게중심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상당수의 크레인이 태풍으로 쓰러졌지만 대한통운의 크레인은 한 기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물자 관리도 다른 회사와는 달랐다.
비를 맞으면 상품이 변질되는 곡물같은 화물은 시트로 덮고 포클레인으로 눌렀다.
휩쓸려갈 우려가 있는 화물들은 차량으로 둘러싸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 때는 자사 인프라가 많다는 강점이 빛을 발했다.
전체 운송 차량의 90%가 지입차가 아닌 대한통운 소속의 차였다.
때문에 제시간에 급한 물자를 실어나를 수 있었다.
곽 사장은 "수송 장비를 아웃소싱할 경우 배송 품질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원칙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