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철광석 등을 운송하는 중대형 벌크선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력 철강 식품 등을 생산하는 관련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경기의 회복세로 선박수요가 늘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국내 기업들의 운임 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있다. 한국전력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CJ 등은 비싼 운임를 치르더라도 원재료를 수입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어서 원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한국 운임 5배 올라 석탄 철광석 등 원자재 값이 오른 데다 중대형 벌크선 운임마저 급등,관련 기업들의 '이중고(二重苦)'가 극에 달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5개 발전자회사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최근 3∼5년짜리 용선계약에 잇따라 나서고 있지만 올해 석탄수입 예상량(4천3백만t)의 절반 이상을 예년보다 2∼5배 높은 운임으로 들여와야 할 형편이다. 이들 회사는 나머지 물량은 12개 전용선을 활용,수입할 계획이다. 문제는 주요 석탄 수출국인 중국 호주 인도네시아발 벌크선 단기 운임이 최고 5배까지 올랐다는 점. 중국~한국간 파나막스급(6만t급) 벌크선의 경우 t당 운임이 지난해의 5배인 10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초 4.5달러였던 인도네시아~한국간 벌크선의 운임도 최저 20달러 수준이다. 포스코는 철광석 등 원자재의 70% 정도를 전용선으로 조달하고 있어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 하지만 필요 물량의 20∼30%는 그때 그때의 시장가격에 따른 운임을 지불하고 수입해야 한다. ◆장기용선 확충 업계는 벌크선 운임이 높은 수준에서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고 3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장기용선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장기용선이란 3∼5년간 계약을 맺어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배를 활용하는 것. 실제로 한국동서발전은 이달 초부터 3년간 호주~한국을 오가는 파나막스급 벌크선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1년에 90만t의 석탄을 실어나르게 될 이 선박의 운임은 t당 7달러선으로 시장가격보다 낮다. 한국남동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도 2∼3척의 전용선 이외에 장기용선을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용선 입찰자격 논란 장기용선과 달리 18년간 해당 화주의 화물만 실어나르는 전용선 확충에 대해서는 해운사와 한전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등 화주들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해운사들은 "석탄과 철광석이 국가 전략물자인 점을 고려해 국내 기업들만 입찰에 참여토록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선주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최근 한전과 5개 발전자회사 사장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화주들은 국내 해운사보다 경쟁력이 있는 외국 선사들을 입찰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운임이 고공비행을 계속하지 않는 한 전용선 확충은 오히려 부담이 된다"며 "그런데도 국내 선사보다 운임이 싼 외국 선사의 입찰을 제한하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한국동서발전은 곧 실시할 석탄 운송용 전용선박 입찰을 국내외 선사에 모두 개방키로 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