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협상 '발등의 불'] 정부 "FTA 짝 날라"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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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서 규정한 '쌀 관세화 유예' 기간(10년)이 올해 끝남에 따라 한국과 주요 쌀 수출국들간 시장개방 협상이 오는 4월부터 본격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중 한국과 필리핀 두 나라만 '쌀 관세화 유예'를 적용받고 있는데다 관세화 유예 대가로 부담하고 있는 최소 쌀수입 의무물량(MMAㆍminimum market access) 방식이 오히려 불리하다고 판단, 이번 기회에 쌀 관세화를 통한 시장개방을 적극 검토중이다.
그러나 오는 2월9일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앞두고 농민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데다 4월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일단 '쌀 관세화 유예기간 연장'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이달중 WTO에 협상 개시 의사를 공식 통보키로 했다.
◆ 관세화유예 부담도 만만치 않아
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를 통해 외국산 쌀의 수입을 차단하는 전략은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UR 협상에서 쌀 관세화를 10년간 유예하는데 성공했으나 실제로는 쌀 관세율이 이 기간 중에도 계속 하락해 왔고, 다만 한국에 적용되는 것만 유예됐기 때문이다.
쌀 관세화 유예는 WTO의 예외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폐지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쌀 관세율은 십수년간 단계적으로 낮춰야 할 몫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예컨대 1994년에 쌀 관세화를 받아들였다면 단계적으로 매년 4%포인트씩 쌀 관세율을 낮추면 됐지만 10년간 관세화 유예 조치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올해 관세화를 적용할 경우 한꺼번에 관세율이 4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부담이 생겼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1994년 쌀 협상 때 제시됐던 관세율은 국제 가격과 국내 가격을 동일한 수준으로 맞출 수 있었던 4백40% 수준이었고,10년 뒤인 2004년까지 관세율을 단계적으로 3백96%까지 떨어뜨리도록 설계돼 있었다"며 "지난 10년간 쌀 관세화가 적용되지 않았을 뿐 실제 관세율은 올해 3백96% 수준으로 내려와 있어 내년 관세화를 적용할 경우 이보다 더 낮은 세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 관세화해도 국내소비량의 4%이상 수입해야
문제는 WTO 농업협정문에 의해 한국 정부가 내년부터 쌀 관세화를 받아들이더라도 지난 10년간 단계적으로 늘려온 수입물량 4%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쌀 관세화를 적용할 경우 국내 시장이 전면 개방되는 데다, 쌀 수입량이 국내 소비량의 4%에 못미치더라도 정부는 4% 수입물량을 맞춰줘야 한다.
재경부는 이 때문에 쌀 관세화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관세화가 늦어질수록 MMA 물량을 더 늘려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된다"며 "1994년에 쌀 관세화를 받아들여야 했으나 당시 정치권과 관료들이 농민들을 의식해 오히려 피해를 키우는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 농민 보상 불가피
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되, 관세화 적용에 따른 농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향후 10년간 집행될 1백19조원의 농업지원 예산 중에는 쌀시장 개방에 따른 농민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들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3백80% 수준의 관세가 부과돼도 수입쌀 가격이 국내쌀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산출해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