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한국식 뮤지컬을 개발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우리 것을 모르면서 외국 것만 좇다가는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말 것입니다." 최주봉 신임 서울시뮤지컬단 단장(58)의 취임 일성은 간단 명료했다. 지난 1969년 극단 가교로 출발해 연극 방송 영화 등에서 두루 활약해온 그는 역대 서울시뮤지컬 단장 중 가장 '대중적 인물'이다. 그가 뮤지컬과 인연을 맺은 것은 85년부터 3년간 서울시립가무단 지도위원을 하며 '양반전''성춘향'등 한국식 뮤지컬에 출연하면서부터다. "한국식 뮤지컬은 끈끈하고 노골적입니다. 푸짐한 감성으로 속내에 즉각 와닿는 우리식 정서를 간직하고 있지요. 우리 농산물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아이디어를 개발해 레퍼토리를 다양화하면 관객 동원에도 성공할 것입니다." 최 단장은 80년대만 해도 국내 뮤지컬계는 우리식과 서양식이 공존했지만 90년대 들어 브로드웨이물 일색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공연 때마다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신세대는 우리 가락과 춤사위가 녹아 있는 한국식 뮤지컬을 접할 기회를 봉쇄당했다. 그는 한국식 뮤지컬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보수 연수단원을 선발해 1년 동안 훈련시킨 뒤 정식단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눈앞의 이익만 좇아 기량도 쌓지 않은 채 빨리 스타가 되려고 하는 풍토는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지요. 배우는 평생 직업입니다. 저도 단장직을 맡았지만 새 작품에 계속 출연할 생각입니다." 그는 자신의 임기 동안 뮤지컬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해 다양한 해법을 내놓을 방침이다. △전국 구민회관에서 '찾아가는 공연'을 펼치고 △작가 뱅크를 육성하며 △6억원에 불과한 연간 예산 규모를 대폭 확충하는 것 등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