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사단장과 육군참모총장으로 한국전쟁을 일선에서 지휘했던 백선엽(白善燁) 예비역 대장은 한국전 당시 일본의 도움이 컸으며,개인적으로 일본을 17번째의 유엔 참전국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었던 백 전 장군은 일본의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 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전쟁에 참가했던 유엔군이 16개국이라고 하지만, 나는 육전(陸戰)을 싸워나가면서 일본이 실질적인 17번째 참전국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전 당시) 옛 해군이 보유하고 있던 소해정과 요원을, 미군에고용된 형태로 파견했다"며 "이 가운데 1척이 침몰해 전사자도 1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백 전 장군은 "자위대에 의한 국제공헌을, 한국이 `군국주의의 부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논조가 일본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적어도 한국군에 그같은 견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정부간에는 예를 들어 교과서 문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 등을 놓고 티격태격하는 일도 있으나, 적어도 군에 관한한 전후(戰後) 일관되게 우호국으로서 열매을 맺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 당시 일본의 협력을 기억하고 있다며, 산업다운 산업이 없었던 한국전 당시 물자의 70%가 일본으로부터 조달됐다고 회고했다. 특히 그는 일본제 차량 등 군수품뿐아니라 식료품도 많은 양이 일본으로부터 조달됐음을 설명하면서, 전선에 있던 미군들이 인분을 비료로 쓴 야채를 먹지않으려고해서 일본 농민들이 정성을 다해 수경재배한 야채를 전선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에서 전우와 가족을 잃었던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은 그것을 빌미로 돈을 벌었다'며 `조선특수'를 얘기하기도 하지만, 일본이라는 거대하고 안전한 병참기지가 없었다면 우리는 한국전을 끝까지 싸워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