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번 통화할까요. 낯선 여인의 향기를 느끼세요.' 불특정 다수의 휴대폰에 하루 7만여통의 스팸 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한 폰팅업체 업주들이 대거 적발됐다. 이들은 문자메시지 신문광고 등을 통해 일반 여성들과 대화를 주선한다고 선전하면서 실제로는 가정주부 등을 고용, 사기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폰팅업주들은 고용여성들에게 적발시에도 절대로 고용된 것이 아니라고 잡아떼도록 가르치는 등 철저한 관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 폰팅메일 하루 3∼4통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는 19일 수만명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 발송기 등을 이용, 마구잡이식으로 조합한 번호에 무차별 발송해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파랑새나라 대표 남모씨(40) 등 업주 9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기소 또는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남씨 등은 전화정보서비스 회선을 임대받고 불특정 다수에게 폰팅광고 휴대폰 스팸메시지를 발송한 뒤 광고 수신자들이 고용된 여성 상담원들에게 전화하면 정보사용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10억∼37억원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인터넷상 폰팅사이트에서 익명 여성들의 얼굴사진을 마치 폰팅상대처럼 게재, 남성 이용자들로부터 시간당 6만∼10만8천원의 고가 이용료를 부담하도록 했으나 실제로는 여성들을 고용해 소비자들을 속였다. 검찰은 하루평균 7백만통, 연간 25억5천만통의 휴대폰 스팸 문자메시지가 발송되는 가운데 그중 80%인 20억통이 폰팅업체에서 발송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명이 휴대폰을 통해 수신하는 폰팅광고 메시지는 하루평균 3∼4통이다. 특히 수사 대상에 오른 한 업체의 경우 대표가 조사받고 있는 와중에 그 업체의 스팸 메시지가 주임검사에게 전달되는 등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하기도 했다. ◆ '임시방편책에 불과' =현재 국내에는 4백여개의 폰팅업체들이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번에 입건된 업체는 연간 매출이 1억원 이상인 50개 업체 가운데 통신망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곳만 뽑아낸 것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검찰의 조치가 '전시성'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폰팅업체 A사 관계자는 "폰팅업은 대형 통신서비스업체에서 번호를 1차 사업자에게 분양하면 그 번호를 다시 임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불법 사실을 묵과하고 있는 전화업체들은 봐주고 힘없는 2차 분양사업자들만 건드리는 것은 임시방편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폰팅업은 비용의 대부분이 광고비와 인건비로 많지 않은데다 수입은 안정적이어서 번호분양을 받기 위한 수요층이 줄을 서 있는 실정이다. 여성직원들의 보수도 시간당 많게는 1만5천원에 달해 채용시 평균 경쟁률이 10 대 1을 넘을 정도라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