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학 교수 4백여명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경제 살리기에 전념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절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원로·중견 학자들이 함께 나서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는 사실 자체가 경제 상황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뜻하는 것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성명서는 우리 경제의 우선과제가 무엇인지 뚜렷이 보여준다. 노 대통령에게 "구체적 행동으로 경제살리기 의지를 보이라"고 촉구하면서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급선무라고 강조한 사실을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정부의 경제리더십은 실종되고 기업가정신은 추락했는데도 정치와 이해단체의 투쟁만 난무하고 있다"고 개탄한데서 이들의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전경련 회장단이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반기업정서 타파 등을 요청한 것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경영의욕을 부추겨야 한다는 뜻이라는 점에서 교수들의 요구와 다를게 없다. 대통령도 경제살리기의 시급성에 대해선 절실히 공감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연두기자회견에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것이나 재계와의 간담회에서 "불법파업엔 법과 원칙으로 분명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재차 약속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와 고용은 어느날 갑자기 늘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성노조와 거미줄처럼 얽힌 각종 규제를 피해 국내보다 해외투자를 더 선호하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목소리만 높인다고 투자와 고용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이다. 기업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함은 물론 총선을 의식해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펴선 절대 안된다. 임금문제와 관련해서도 노·사·정 대타협을 도출해내는 등 노동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 집단인 교수들이 왜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는지 그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