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고구려를 둘러싼 역사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이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고구려를 그들의 지방 정권으로 규정하고 이와 관련된 국책사업을 벌이면서 불거진 문제다. 심지어 고조선도 그들의 식민 정권으로 파악하고 발해 또한 당나라의 지방 정권으로 편입시키는 등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역사공간은 한강 이남으로 제한되어 우리가 이제껏 배웠던 역사교육은 모두 거짓이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중국의 역사 왜곡은 일본의 역사 왜곡보다 훨씬 더 심각하므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바로잡아 나아가야 한다. 후세 역사가들의 주관과 편견으로 왜곡된 역사라 하더라도 해외로 널리 전파되고 오랜 세월을 거치다보면 마치 정설처럼 굳어지게 된다. 인쇄문화도 이러한 아픔을 겪고 있다. 금속활자는 우리 선조들이 발명했다는 것을 세계의 석학들도 인정한다. 2001년 '직지'가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됨으로써 금속활자를 발명한 인쇄종주국으로서의 우리 지위는 더욱 확고해졌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아직도 구텐베르크를 금속활자의 발명자로 잘못 알고 있다. 동양권 국가의 교과서나 참고도서에도 대부분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의 발명자인 것으로 수록되어 있다. 인쇄문화의 우수성을 세계 각국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학술대회 개최나 관련자료의 제작 배포 등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인쇄인들의 노력만으로는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이제는 관계당국도 관심을 갖고 인쇄문화의 해외 홍보에 힘써야 한다. 지식과 정보의 원천인 인쇄문화야말로 우리 국민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다. 나아가 외국인들에게 우리 인쇄문화의 우수성을 바로 알려나감으로써 대외이미지 제고와 교역 확대 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새해에는 부디 인쇄문화의 해외홍보 등을 통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 나가는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있었으면 한다. < 前 서울시경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