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LG카드는 장이 시작되자마자 하한가인 2천5백30원으로 떨어졌다.


전날 LG카드에 대한 채권단의 감자 방침이 공식화되면서 투자심리가 급랭한 결과다.


'사자'는 주문은 사라지고 하한가에라도 처분하자는 주문이 5백만주 이상 쌓였다.


LG카드 거래는 사실상 끊겼다.


하지만 오전 10시가 되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D증권 테헤란밸리지점에서 단숨에 2백만주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뒤이어 각 증권사 강남지역 점포에서 '묻지마 사자' 주문이 쏟아졌다.


데이트레이더들이 LG카드를 집중공략하면서 주가도 단숨에 3천2백원까지 치솟았다.


이때부터 매수물량이 매도물량으로 돌변, LG카드 주가는 다시 하한가로 급전직하했다.


증권가에선 이날 LG카드를 '들었다 놓은' 사람들이 이른바 '강남 패밀리'로 불리는 일단의 데이트레이더들이라고 보고 있다.



◆ 3대 패밀리


김성수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실장은 "국내에는 크게 3개의 데이트레이딩 패밀리가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이들 3개 그룹을 '강남 패밀리' '명동 패밀리' '전주 패밀리'로 부른다고 그는 전했다.


강남 명동 전주라는 명칭은 '큰손' 데이트레이더나 인기 데이트레이더가 활동하는 곳이거나 추종세력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생겨났다.


강남은 IT 붐때 주식투자로 돈을 번 신흥부자들이 많은 곳이며 명동은 사채업자 등 전통적인 큰손들이 몰려 있는 지역.


전주는 '전주투신'으로 불리는 한 명의 스타가 활동하는 곳이다.


3대 패밀리는 좋아하는 타깃에서도 약간 차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강남쪽은 저가 중소형 IT주를 선호한다.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장미디어 싸이버텍 등 코스닥업체가 주류다.


명동에선 저가 상장종목을 주로 공략하며 전주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큰 종목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전주투신은 한번에 삼성전자를 10만주 가까이 사고팔아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이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기업의 재무상황보다는 차트를 중시하며, 거래량이 많고, 가격이 싼 종목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어떻게 움직이나


3대 패밀리는 영화 '대부'에 나오는 패밀리와는 다르다.


절대보스가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큰손 데이트레이더나 수익률이 뛰어난 투자자들을 평범한 데이트레이더들이 추종하면서 자연히 패밀리화된 것이란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큰손'이나 '인기' 데이트레이더가 움직이면 수많은 '개미' 데이트레이더가 따라하기 때문에 큰 폭의 시세변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데이트레이더들의 근거지는 증권사의 데이트레이딩룸이나 독자 사무실이다.


대신 대우 LG 등 주요 증권사 주요지점에는 데이트레이딩룸이 있으며 이곳에서 정보가 교환된다.


관심종목을 선택한 후 스타나 큰손이 움직인다 싶으면 따라하는 것이다.


때로는 투자상담사나 증권사 직원이 데이트레이딩룸에 매매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증권가 일각에선 데이트레이더들이 패밀리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만들기도 한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H증권 A지점을 이용하는 한 데이트레이더는 "패밀리가 조직화돼 있는 것도 아니며 서로간 이해관계도 달라 시세조종같은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데이트레이더 재미는 못본 듯


현재 3대 패밀리에선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패밀리에 가입(?)함으로써 기대했던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상당수 데이트레이더들이 거래에 나섰던 하이닉스의 경우를 보자.


지난 2002년 7월 중순에는 경영정상화 기대감에 따라 주가 7백원대에서 10억주 이상의 대량거래가 연일 이뤄졌다.


주가는 오르락내리락했지만 결국 작년 3월26일 주당 1백35원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LG카드도 마찬가지다.


하한가에서 탈피할 기미를 보일 때마다 데이트레이드들이 매달렸지만 결국 매일 하한가 행진를 거듭하고 있다.


20일에도 장이 열리자마자 이 회사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그때마다 팔아치운 것은 물론 먼저 이득을 본 데이트레이더들도 다른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떠넘겨 버렸다.


데이트레이더들의 성공확률은 이론적으로 50%가 안 된다.


특정종목에서 돈을 벌 확률이 50%, 잃을 확률이 50%이지만 수수료와 세금을 빼면 수익을 얻을 확률은 50%를 밑돌게 마련이다.


데이트레이딩이 일찍 성행했던 미국에서도 초활황이었던 지난 99년 한햇동안 본전을 건진 데이트레이더가 25%에 불과했다는것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분석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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