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한복판에서 3천3백원짜리 화장품을 판다고 하니까 다들 돈키호테라고 비웃더군요. 보는 시각이 달랐던 거죠. 남들이 화장품을 패션 품목이라고 생각할 때 우린 생활필수품으로 봤습니다." '미샤'란 브랜드로 화장품업계에'초저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에이블C&C의 서영필 사장(42)은 성공 비결을 화장품에 대한 남다른 시각으로 설명한다. 그는 "'미샤'의 영업이 특이하다"는 얘기가 나오면 목소리까지 높인다. "'미샤'가 특이한 것이 아니라 시장이 한 쪽으로 너무 치우쳐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한 것뿐"이라고 항변한다. '미샤'의 단가는 3천3백∼8천9백원. 포장비 유통마진 등을 대폭 줄였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서 사장은 2002년 4월 서울 이화여대 앞에 첫 매장을 냈고 1년9개월이 지난 지금은 6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첫 해 50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불황 속에서도 1백80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8백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샤'의 모태인 미용 포털 뷰티넷(www.beautynet.co.kr)도 급성장해 회원이 1백50만명에 달한다. '곧 문 닫는 매장이 속출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 서 사장은 "대부분 매장에서 한달에 2천만원 안팎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지금도 매장 열고 싶다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길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화장품업계에서 '이단아'로 꼽히는 서 사장은 마케팅 전문가도 영업 베테랑도 아닌 연구원 출신이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과를 나와 1990년부터 4년간 생활용품업체에서 화장품 연구원으로 일했고 이어 화장품 유통업과 제조업을 차례로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화장품의 가격구조를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초저가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회사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서 사장은 '미샤가 저가로 치고 나왔다'는 표현이 나오자 화장품 원가 구조를 설명하면서 "받을 돈만 받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샤'의 다음 목표는 해외시장이다. 올 상반기중 홍콩에 첫번째 해외 매장을 열고 하반기엔 프랑스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서 사장은 "안목 있는 알뜰 소비자가 있는 곳이라면 '미샤'는 어디든 갈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