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2:20
수정2006.04.01 22:22
"일단 50만원 이상 접대는 하지 말라는 분위기지요. 괜히 시범 케이스로 걸렸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50만원 이상 접대비를 사용할 경우 접대받은 사람과 접대목적 등을 명기하게끔 관련 규정이 시행된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한 대기업 간부는 이렇게 전했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게 일반적 분위기라는 것.
시장 상인들도 최근의 매출 부진을 국세청의 접대비 규정탓으로 돌리고 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억울하다"며 펄쩍 뛰고 있다.
접대비를 둘러싼 쟁점을 살펴본다.
◆ 바뀐 제도 =접대비는 그동안 기업별 한도내에서 별도의 입증이 없어도 비용으로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올해 1월1일부터 50만원 이상 접대비는 업무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접대 상대방과 목적 등을 명기해야 한다.
상품권 접대에 대해서도 별도의 규정이 마련됐다.
50만원 이상 일괄구입해 이를 나눠서 접대에 쓰더라도 접대 상대방을 명기해야 한다.
'편법 접대'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됐다.
접대자가 여러개의 법인카드로 나눠 결제하거나 접대금액의 일부를 외상처리하고 나중에 잔액을 결제하는 경우, 접대금액의 일부는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처리하는 행위 등은 동일한 접대로 보고 입증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 뛰는 '정책'에 나는 '대책'
자금사정이 좋아 아예 손비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배짱형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들은 가능한 한 거래 상대방을 노출시키지 않도록 묘안을 짜내고 있다.
접대비를 복리비로 처리하거나 단골 술집에 아예 법인카드를 맡겨 며칠에 걸쳐 50만원 미만 단위로 쪼개서 결제토록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골프 접대의 경우 동종기업 업무 담당자와 상호 협조,인원을 절반씩 떠안는 방법으로 5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거래 상대방의 신원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은 비즈니스의 기본"이라며 "번거롭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쓸 수 밖에 없는게 현실 아니냐"고 말했다.
◆ 국세청은 '개혁위해 불가피'
국세청 관계자는 "기업들에 일단 접대상대방 등을 기록으로 남기라는 것일 뿐 접대비 항목에 대해 별도로 세무조사를 하거나 일반 법인세 조사때 별도의 자료 제출을 요구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접대에 대해 막연히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접대문화 개혁에 대한 의지는 강력하다.
이용섭 국세청장은 최근 "개혁은 어려울때 해야 하며 접대비 문제도 일련의 개혁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거듭 '원칙'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몸사리기'와 함께 온갖 '비상대책 짜내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