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버지 불효자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50여년 만에 불러본 아버지 어머니였다. 국군포로 전용일씨(73)는 설날을 이틀 앞둔 20일 오전 부모님과 형님의 묘소가 있는 경북 영천시 신령면 완전리 선영을 찾았다. 전씨는 지난 53년 한국전 참전 중 중공군과의 전투 끝에 포로로 잡힌 뒤 반세기 만에 귀향해 이날 성묘를 했다. 고향을 떠날 때 홍안의 20세 청년이었던 전씨는 일흔이 넘어 백발이 된 채 부모님의 묘소 앞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전씨는 이날 새벽 0시께 고향인 영천에 돌아와 동생 수일씨(64) 집에 거처를 마련했으나 여독이 덜 풀려 새벽 한때 정신을 잃고 병원에서 링거를 맞기도 했다. 부모의 산소 앞에 선 그는 지난 반세기의 감회가 눈에 어린 듯 수십차례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아버지"를 불렀다. 전씨는 부모님 산소에서 "이 아들 53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따뜻한 부모님의 품에 안겼습니다"며 "이 아들을 용서해 달라"고 흐느꼈다. 그는 이어 지난 99년 작고한 형님 환일씨의 묘소에도 절을 올렸다. 전씨는 "내가 갖은 고초를 이겨내고 고향에 돌아온 것은 부모님이 끝까지 걱정해 주신 덕분"이라며 "50년 전의 헤어짐이 영원한 이별이 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씨는 이날 오전 8시께 일어나 조카와 손자들의 절을 받고 동생 내외와 누님,여동생 등과 함께 고향에서의 첫 아침상을 받았다. 전씨는 피곤한 기색이었으나 북한에서 씨름 선수를 할 만큼 강인한 체력을 지녀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는 등 왕성한 식욕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21일 오전 이의근 경북도지사가 전씨를 찾아 격려할 예정이며 설 연휴 뒤 마을 주민과 영천시 차원의 환영식이 열릴 계획이다. 영천=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