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자녀 서울대 많이 간다 ‥ '私교육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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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많이 배우고 잘 살수록 자녀의 서울대 입학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소득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률이 저소득층에 비해 무려 16.8배나 높아 고학력의 부유한 부모 슬하에서 자란 자녀가 다시 명문대에 입학하는 '학력 세습현상'이 고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시제도 변화와 관계없이 강남 등 서울지역 학생들은 다른 지역보다 서울대 입학률이 지속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김광억 교수(인류학과) 연구팀은 1970년도부터 지난해까지 34년간 서울대 사회대학 9개 학과 입학생 1만2천5백38명의 인적사항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김광억 교수는 "지난 30년간 평준화와 쉬운 입시문제 출제 등 저소득층 위주로 교육정책이 바뀌어 왔지만 정부 의도와는 달리 고소득ㆍ고학력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졌다"며 "이는 사교육의 적응력이 정책을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습되는 부모의 학력과 소득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과 회사의 부장급 이상 간부 등 고소득 아버지를 둔 수험생의 입학률은 2000년 1만명당 37명으로 일반가정 자녀 2.2명보다 약 16.8배나 높았다.
지난 85년에는 고소득층 8.2명 대 일반가정 6.4명으로 1.28배에 불과했으나 해가 지날수록 격차가 커진 것이다.
대졸 아버지를 둔 수험생의 입학률은 고졸 아버지를 둔 수험생에 비해 1985년엔 2.4배 높았으나 1990년에는 3.3배, 2000년 3.9배로 높아졌다.
연구팀은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이같은 차이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평준화로 학교에서 우수학생만을 차별적으로 교육할 수 없게 되면서 저소득층 학생의 서울대 진학은 어려워졌고 쉬운 입시문제를 출제하다 보니 사교육과 반복학습으로 무장한 부유층 학생이 유리해졌다는 해석이다.
이번 조사에선 전업주부 어머니를 둔 수험생의 서울대 입학률이 취업 주부 어머니를 둔 수험생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강남 등 서울지역 독주 =고교 평준화가 도입된 80년대 이후에도 서울 출신 수험생의 서울대 입학률은 전국 평균의 1.5배에 달했다.
특히 강남 8학군 학생은 전국 평균의 2~3.5배를 유지, 지방은 물론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현격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논술고사가 도입된 1986년과 수능이 시작된 1994년, 학생부가 도입된 1997년 등 입시제도가 변화한 그 해 서울과 강남 수험생의 서울대 입학률이 일시 하락했으나 이듬해 곧바로 회복됐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고소득 계층이 모여사는 강남권 학생은 새 입시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사교육을 통해 단시간에 쉽게 극복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강남 출신 학생들은 대학 입학 후에도 서울 타지역 학생보다 대학 평점이 평균 0.12점 높았고 다른 지역보다는 0.24~0.27점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출신 학생도 일반고교 출신보다 평점 평균이 0.13점 높았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