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한국증시만 해도 금년들어 외국인들이 3조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지난해 10월 이후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들이 왜 들어오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되는 국가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온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심지어는 경기상황에서 가장 안좋은 스태그네이션에 빠진 필리핀과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에도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여러 가지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으나 가장 큰 요인은 세계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투자 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면서 그동안 글로벌 자금들이 이머징 마켓에 투자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위험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또 하나 뚜렷한 특징은 이머징 마켓 가운데 자국의 통화가치가 저평가된 국가에 외국인 자금이 몰리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고정환율제의 일환인 통화위원회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수출증대 차원에서 지난해 9월말 이후 계속해서 달러매입을 해오고 있는 한국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이머징 마켓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유입은 철저하게 달러표시자산에 포트폴리오 자금유입 추세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오는 것도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달러표시자산에 자금유입이 둔화되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오는 주된 이유는 경기회복 요인과 함께 투기적 혹은 반사적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국제금융공사(IFC)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이머징 마켓의 금융(혹은 외환)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요인을 감안하면 앞으로 우리를 포함한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이 계속 들어올 것인가는 세계경기의 향방과 통화가치 조정,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달러표시자산의 거품조정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세계경기는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으로 경기에 대한 금리조정의 후행성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이후 약 1년 동안은 국제유동성의 위축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를 포함해 자국통화 가치가 저평가된 국가들은 언제까지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도 관심거리다. 분명한 것은 외국자금이 많이 들어올 때 시장개입을 통해 통화가치의 저평가 상태를 인위적으로 유지하면 환투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위기국의 경험을 볼 때 올 하반기 이후에는 통화가치를 경제여건에 맞게 조정해 나가는 국면이 예상된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달러표시자산의 거품해소는 올 하반기 이후에도 쉽게 조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만큼 구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외국자금의 유입으로 중국과 우리를 포함한 이머징 마켓국들의 수지 악화와 자산인플레 정도가 심해짐에 따라 미국에서 자본이 이탈될 가능성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올 하반기 들어 이머징 마켓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추세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이머징 마켓에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이 반사적 혹은 투기적 성격이 짙은 점에 유념해야 한다. 어떤 계기로 외자가 일단 이탈되기 시작하면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대표적인 예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