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이면서 가장 친숙한 회화 양식인 정물을 소재로 한 '정물예찬'전이 30일부터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린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 32명의 정물작품과 고려대 박물관 및 동아일보사 소장품 중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정물화 60여점도 함께 소개된다. 젊은 작가들의 본전시는 정물의 재현이라는 기본 성격에 충실한 '정물화적 정물',팝적 요소가 강한 '팝아트적 정물',개념적인 요소를 담은 '개념주의 정물'로 나눠진다. 정보영은 촛불,쓰러진 컵,흘러내린 물 등 3개의 사물을 마치 사진과 같은 생생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김지원은 수채화로 된 작은 정물 48개를 나란히 전시하고 김지혜는 현란한 원색으로 꽃병 책상 우산꽂이 스탠드 등 일상의 사물들을 나열한다. 박재웅은 파 한 뿌리가 시들어가는 과정을 시간별로 그렸다. 노정연은 젊은이들이 자주 드나드는 장소인 '스타벅스'커피숍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았다. 머그컵과 커피 봉지들이 줄지어선 진열장이 비스듬한 형태로 다가온다. 또 한슬은 컵 립스틱 하이힐로 여성들의 일상적 삶을 표현했다. 김수강은 동전 사탕 옷핀 머리핀 등을 정물의 소재로 삼았는데 사진을 찍은 후 필름에 색을 입힌 게 특이하다. 강요배는 제주도의 전통 항아리를 특유의 질감과 중후한 색조,풍랑이 뒤섞인 이미지로 보여준다. 문형민은 약국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인 약상자 박스 등을 종이로 흉내내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환영(illusion)'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특별전에 출품된 박수근의 50년대작 '복숭아'는 박 화백의 보기드문 정물 작품이다. 불상이나 고가구 등 오래된 사물을 주소재로 한 손응성의 '회도사자서',한국근대미술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였던 도상봉의 '라일락',박득순 김환기 문학진의 꽃과 정물들은 정적이면서 고아한 품격이 느껴지는 근대미술의 정물 작품들이다. 3월14일까지.(02)2020-2055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