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상원이 22일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특별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킴에 따라 한국의 국가 신뢰도가 마지막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칠레 상원이 예정에 없던 특별 본회의까지 열어 비준안을 통과시킨 것은 "한국 국회가 오는 2월 9일 비준할 것을 믿는다"는 간접적인 외교적 압박으로 보인다. 한국 국회가 또다시 비준을 미루면 대외 신뢰도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지난 8일 두번째로 상정된 국회 비준안이 "농촌당"의원들의 육탄방어로 무산되자 박관용의장은 "2월 9일 경호권을 발동해서라도 처리하겠다"고 말했지만 처리전망이 그렇게 밝은 편은 아니다. 오히려 거꾸로 가는 양상이다. 민주당의 유용태 원내대표는 24일 "동의안을 총선후 6월 국회에서 처리하는게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선에 임하는 농촌의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아예 다음 17대 국회로 넘기자는 생각이다. 당차원에서 비준동의안 처리 불가피성을 얘기하는 한나라당이지만 농촌출신의원들은 "상황이 바뀌게 전혀없다"며 "2월 9일에도 육탄저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FTA는 총선과 연계시킬 문제가 아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자리잡은 시대적 조류이다. 전세계에는 지금 1백84개의 FTA가 발효중이고 총무역거래의 절반 이상이 FTA회원국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다. 1백46개 세계무역기구(WTO)회원국중 지금까지 단 하나의 FTA도 맺지 못한 나라는 한국과 몽골뿐이다. 우리나라는 GDP(국내총생산)의 70%이상을 무역에 의존하는 무역국가이다. FTA를 맺지 못할 경우 높은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한국 상품은 설 자리를 잃는다. 이미 여러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001년 24%에 달하는 칠레의 한국산자동차점유율이 20%아래로 떨어지는등 중남미시장에서 자동차 휴대폰시장이 하락하고 있다. 동남아시장 진출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주에 싱가폴과 FTA협상을 새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칠레와의 FTA협상이 깨끗하게 마무리되지 못하면 다른 나라와의 협상도 순탄하게 진행되기 힘들다. 정치권은 2월 9일까지 남은 보름동안 칠레와의 FTA를 비준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어여 한다. 그것이 바로 말로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경제와 민생을 위하는 길이다. "세계화공포증(Globaphobia)환자"라는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