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의 최대 주범은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이다. 작년 여름부터 급등하던 국제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가 올들어서도 전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세계경제의 블랙홀' 중국이 쉴새없이 원자재를 빨아들이고 있는데다 이를 운반하는 벌크선 용선료가 연일 사상 최고 수준으로 폭등하고 있어 원자재값 진정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인위적 고환율 정책이 기업들의 원자재 조달가를 턱없이 높여 놓고 있다는 것. 기업들은 원자재값 상승과 환율 왜곡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값 상승 파장이 자칫 '물가 상승->실질 구매력 감소->내수 침체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원인은 국제 원자재 가격 원유 천연고무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은 올 들어서도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보다 평균 20∼40%가량 급등했다. 유연탄의 경우 지난해 2월 t당 평균 1.78달러 하던 가격이 최근에는 9달러로 5배 이상 올랐다. 원목도 뉴질랜드산 라디에타파인 수입 가격이 지난해 6월 ㎥당 65달러에서 올 들어 1백달러선을 넘어섰다. 석유화학 제품 값도 이라크전 이후 최고가를 보이고 있다. 에틸렌은 t당 7백25달러로 지난해 12월(6백7달러)에 비해 1백18달러나 올랐으며 프로필렌은 지난해 12월(5백87달러)보다 43달러 상승한 6백30달러,벤젠은 지난해 12월(5백27달러)에 비해 43달러 오른 5백7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 물가 상승 부추기는 환율정책 공산품 가격 급등에는 정부의 인위적인 환율방어 정책도 '한 몫'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작년 말 내놓은 '2004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환율 상승으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올라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 소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며 인위적인 고환율 유지 정책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세계적인 달러 약세 기조 속에서 원화 환율만 높게 유지됨에 따라 수입가격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고, 각종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다 쓰는 국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도대체 얼마나 올랐길래 무엇보다 중간재 가격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철강제품의 경우 후판 가격을 포스코가 새해 들어 t당 3만∼5만5천원 올렸으며 동국제강이 4만원을 인상했다. INI스틸은 철근 가격을 t당 4만6천∼4만9천원 인상했으며 동국제강도 H형강의 가격을 t당 평균 3만5천∼4만원 올렸다. 원유와 나프타 가격의 폭등세도 고스란히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뜀박질로 연결되고 있다. 합성수지의 경우 HDPE(고밀도폴리에틸렌) 중국 도착 가격이 작년 1월 t당 6백5달러에서 8백40달러로 치솟았다. 중간재 가격 상승은 완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2004년식 모델을 내놓으면서 편의사양을 고급화하면서 차량 가격을 최고 12%가량 올렸다. 현대차는 뉴그랜저XG 2004년형은 50만원,준중형 아반떼XD 2004년형은 50만∼80만원씩 각각 올렸다. 삼성전자 역시 홈시어터와 PDP TV를 제외한 모든 가전제품의 납품 가격을 2∼3% 올렸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품목에 따라 적게는 1만∼2만원,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소비자가격을 인상했다. LG전자와 대우일렉트로닉스도 곧 납품가를 2∼5% 올린다는 계획이다. 생필품 가격도 인상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농심은 작년 12월 신라면 가격을 5백20원에서 5백50원으로, 사발면은 5백50원에서 6백원으로 올렸다. 삼양식품 등 다른 업체들도 곧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밀가루 가격도 두자릿수 이상 인상 요인이 발생한 상태다. 미국 밀 생산이 작황 부진으로 모자라는 데다 운송료도 급등, 인상 1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대두(콩)와 기름을 짜고 남은 대두박도 10% 이상 오를 전망이다. 고기완ㆍ현승윤ㆍ강동균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