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중국 경제 숨은 주역 民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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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목공일을 하고 있는 황(黃)선생은 이번 춘지에(春節·설)에 열차표를 구하지 못해 버스로 고향을 다녀왔다.
그의 고향은 허난(河南)성의 한 시골로 상하이에서 버스로 꼬박 60시간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그는 이번에 이틀을 달려 허난성 셴양(咸陽)에 도착한 뒤 다시 한 나절을 더 가 가족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그렇게 먼길을 꼭 가야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아들이 거기 있는데 갈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느냐"고 답했다.
아무 고생도 아니라는 반응이다.
중국에는 이번 춘지에에 약 1억5천만명이 고향을 찾았다.
주로 도시로 몰려든 민공(民工·시골 출신 노동자)들이다.
좁은 버스에서 시달려도,숨막히는 기차에서 며칠을 자리없이 서 가더라도 그들은 끝내 고향을 다녀온다.
그들이 떠난 동안 도시는 도로가 더 넓어지고 식당은 더 한적해진다.
도시민들이 민공의 중요성을 아는 것도 이 시기이다.
파출부로 일했던 시골 아줌마가 떠난 가정에서는 주부가 행주치마를 두르고 밥을 지어야 한다.
그동안 엄격하게 직원을 대했던 사장들도 이쯤이면 '제발 설이 끝나면 돌아와 달라'며 민공들에게 허리를 굽힌다.
숙련 민공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당장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천만 명에 달하는 이농(離農) 민공은 중국 경제성장의 일등공신이다.
그들은 한 달에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임금에도 기꺼이 몸을 던져 일한다.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도시로 오고자 하는 예비 민공들은 농촌에 수두룩하다.
시골에서 뼈빠지게 일하는 것보다 도시품팔이가 낫기 때문이다.
민공들의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다.
민공들은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름 철 푹푹 찌는 실내 공장에서 묵묵히 재봉틀을 돌린다.
추운 겨울철 삽을 들고 고속도로 건설현장을 지키는 사람들도 그들이다.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에서 골프장 잡초를 제거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설 명절은 '고생을 먹고사는(吃苦)' 민공들에게 짧지만 소중한 안식의 시간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