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도 얼어붙은 자동차 내수 시장이 좀체 풀릴 기미가 없는 가운데 차 메이커들이 대형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승용차 판매 대수는 전년보다 20%가량 감소했지만 대형차 시장은 4% 정도 늘어났다. 이처럼 수입차 등 고급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을 고려해 이 분야에 영업력을 모으겠다는게 자동차업계의 전략이다. 작년 9월 쌍용자동차가 뉴체어맨을 출시한데 이어 11월 현대자동차가 올해 시장을 겨냥한 신형 에쿠스를 선보이면서 자동차 업체간 대형차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여기에 해외에서 독자브랜드 마케팅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가 가세해 3파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 현대 현대차는 벤츠, BMW, 렉서스 등 수입차들과 경쟁함으로써 한국 자동차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신형 에쿠스를 월간 1천5백대 이상씩 판매, 올해 1만7천대 이상을 팔 계획이다. 회사측은 고품격에 안전성을 가미한 차의 특성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앞바퀴에는 초대형 17인치 디스크를 적용해 제동거리를 단축시켰다. 엔진룸 안에는 전방 충돌 감지센서를 달았고 커튼에어백도 장착했다. 특히 국내 처음으로 주행 중 라디에이터로 유입되는 유해 오존을 무해한 산소로 정화해 주는 대기 정화 라디에이터를 적용했다. 또 국내 최초로 냉난방 통풍시트를 깔아 쾌적한 운전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 기아 기아차는 독립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통해 내수 시장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오피러스의 차체와 광고 등에도 회사 이름을 배제하고 차명(브랜드)만 노출시켜 기존 자동차와는 다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렉서스'라는 독립브랜드로 차를 파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특히 기아차는 오피러스 구입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오피러스 전용 콜센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주요 호텔과 제휴, 발렛 파킹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 전국 직영사업소 20개소에 오피러스 전용작업반을 운영, 오일류를 무상으로 교환해 주고 있다. 정기적으로 벨트류 오일류 등 차량 관련 24가지 항목에 대해 검진을 실시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고품격 대형 승용차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내수 시장에서도 더 많은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작년 10월 본격적으로 수출에 나선 이후 매달 평균 약 3천대 정도의 오피러스를 수출하고 있다. # 쌍용 쌍용자동차는 대형차 시장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지켜가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회사측은 신차의 명성이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를 감안해 올해 1만8천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했다. 일단 국내 최다 편의 사양, 최고 제품력을 알리기 위해 고품격 매거진을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뉴체어맨은 무상 애프터서비스 기준으로 국내 최장 수준인 5년 또는 10만km(엔진/동력 계통)를 적용하고 있다. 또 전담 애프터서비스 요원을 배치, 고객에 최고의 만족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뉴체어맨의 주 구입계층이 사회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40대인 점을 볼 때 전문직 중심으로 신차 구입이 꾸준히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자동차 메이커들이 디자인 및 기술력을 결집시킨 대형차 시장에서 사활을 건 마케팅전에 돌입함에 따라 올해 승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