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싱가포르 양국이 27일 한ㆍ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정부간 첫 협상을 열고 연내 협정 타결을 목표로 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싱가포르와의 FTA는 한ㆍ중ㆍ일간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예상되는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과의 FTA 체결을 위한 '첫 단추'라는 점에서 향후 협상 과정이 주목된다. 국회 비준 절차를 남겨둔 칠레와 이미 정부간 협상을 시작한 일본에 이어 세번째 FTA 협상 파트너인 싱가포르는 한국의 제7위 수출국이다. 한국은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대(對)싱가포르 수출과 수입이 각각 41억달러와 37억달러를 기록, 4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냈다. 싱가포르는 현재 맥주 등 4개 알코올 음료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 FTA 체결로 인한 단기적인 수출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한국이 7∼13%의 관세를 물리고 있는 경유와 국내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알카리 망간건전지 등 싱가포르 제품의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 여기에다 총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재수출(re-exports)인 싱가포르를 통한 제3국으로부터의 우회 수입 증가가 예상돼 협상 과정에서 원산지 규정 강화 등이 쟁점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같은 제한적인 무역 개선 효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와의 FTA를 추진하는 것은 싱가포르를 교두보로 한 동남아 진출과 서비스 산업 분야의 투자 확대 등 부수적인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FTA 특혜 조치로 한국의 서비스시장 문턱이 낮아질 경우 금융 운송 통신 등 서비스 부문에 강점을 가진 싱가포르가 대 한국 투자를 늘리는 한편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6천여개의 다국적 기업과 금융 회사도 한국 진출을 적극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싱가포르와의 경제블록화를 통해 아세안과의 FTA 추진 등 동남아 시장 진출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농업개방에 대한 부담이 없어 내년 상반기 협정 발효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제3국 제품 수입 증가를 막기 위한 엄격한 원산지 규정 마련에 협상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