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지키고 가꾸는 데 평생을 바쳐온 눈뫼 허웅 한글학회 회장이 26일 오전 10시13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고인이 한글의 매력에 빠진 것은 동래고보 시절. 학교 근처의 허름한 책방에서 최현배 선생이 지은 '중등조선말본'을 사면서였다. 이 책을 외우다시피 탐독하며 우리말에 빠져든 그는 저자를 보다 가까이에서 만나기 위해 연희전문학교에 들어갔다. 광복 후엔 고향에서 한글 강습을 열어 우리말글을 보급했으며 고교 교사를 거쳐 지난 53년부터 부산대 성균관대 연세대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며 국어학 발전과 후학 양성에 전념했다. 특히 지난 70년부터 한글학회 이사장 및 회장과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이사를 맡아 외국어와 외래어의 홍수 속에서 한글을 지키는 데 필생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고인이 남긴 '언어학 개론'과 '국어음운론''옛말본''중세국어 연구''20세기 우리말의 통어론' 등은 국어학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 고인은 "말과 글은 겨레의 근본정신이며 훈민정음은 민족자주와 민본정신의 소산"이라고 주창해 왔다. 정부는 고인의 이런 업적을 기려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유족은 아들 황(울산대 교수) 원욱(건국대 교수) 혜숙 혜련씨 등 2남2녀와 사위 이수레(전 한국은행 부장) 조규식씨(쉘러코리아 대표이사)가 있다. 빈소 서울아산병원,발인 30일 오전 8시. 3010-2293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