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26일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을 소환하는 등 여야 전·현직 의원에 대한 무더기 소환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서 의원 조사과정에서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 27일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청원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재정 전 의원을 소환,조사한데 이어 오는 29일엔 한나라당 박상규 의원과 민주당 박병윤 의원을 각각 소환,조사키로 했다.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혐의의 경중을 따져봐야겠지만 이들 의원 외에도 몇 명이 더 있다"고 밝혀 2월초까지 비리 정치인 소환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이달초 여야 의원 8명에 대한 사법처리에 이어 또다시 정치인들의 무더기 구속사태가 재연될 전망이다. 검찰에 따르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이었던 서 의원의 경우 지난 2002년 10월께 서울 프라자호텔 스위트룸에서 한화 김승연 회장을 만나 국민주택채권 10억원을 직접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서 의원이 한화측에서 10억원대의 국민주택채권을 받았으며 지난해 3월께 서 의원의 사위가 현금화해 사용했다"며 "대선자금 명목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검찰은 한화측이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명목으로 서 의원에게 청탁명목으로 돈을 건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서 의원을 상대로 한화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 및 사위에게 건넨 돈의 용처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또 구속중인 김영일 최돈웅 의원,서정우 변호사 등 한나라당 불법 차떼기 모금 관련자들로부터 "당시 선대위원장이었던 서 의원에게 구체적인 기업 이름과 액수는 보고 안했지만 기업을 상대로 불법모금한 사실을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서 의원을 상대로 불법 모금 과정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날 2차 소환된 이재정 전 의원을 상대로 한화측에 정치자금을 먼저 요구했는지 여부 등 양도성예금증서(CD) 10억원의 수수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출두하면서 "한화측에 먼저 후원금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의원은 돈 전달자 이상의 역할을 했다"고 밝혀 한화 이외에 다른 기업에서 받은 돈이 있는지 여부도 캐고 있다. 검찰은 또 민주당 박병윤 의원(대선당시 민주당 후원회장 대행)과 한나라당 박상규 의원이 대선 직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황을 잡고 29일 검찰에 출두하도록 소환통보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금호그룹에서 채권 1억원을 지원받아 현금화한 뒤 당비로 당에 줬고 그 돈은 노무현 후보 캠프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