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에 다니는 K모씨는 설 보너스로 미디어센터PC를 장만했다. K씨는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유난히 즐기는 형이다. 그는 출장 회의 접대로 여느 회사원보다 바쁜 생활을 하고 있어 여가를 효율적으로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리모컨 하나로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미디어센터PC를 구입하고 난 뒤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K씨는 미디어센터 PC에 일반사용자들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재미있는 기능이 많이 담겨져 있다는데 만족하고 있다. 미디어센터 PC가 갖춘 멀티미디어기기 기능은 일반 TV나 VCR와 같지만 인터넷에 연결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새롭게 보였다. 키보드나 마우스가 아닌 리모컨으로 동작되기 때문에 PC를 가전제품처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도 K씨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퇴근 시간이 비교적 늦은 그는 지금까지 신문에 실린 TV편성표를 보면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예약녹화해 왔다. 하지만 미디어센터 PC를 구입하고 나서는 달라졌다. EPG(일렉트릭 프로그래밍 가이드)가 있어 프로그램을 클릭하고 예약녹화 버튼만 누르면 바로 예약이 되기 때문이다. 신문에서 볼 수 있는 TV 편성표는 1일분에 불과하다. 반면 미디어센터 PC의 EPG에서 제공되는 편성 프로그램은 일주일 분량의 TV 프로그램을 보여주기 때문에 한번에 일주일 분량을 예약 녹화할 수 있다. 출장을 가거나 집을 비우더라도 원하는 TV프로그램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미디어센터 PC의 TV편성표를 통해 간단한 프로그램 내용과 정보까지 알 수 있다. TV를 보는 도중에도 보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까지 화면에 표시해 주기 때문에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K씨는 그동안 광고물 제작에 필요한 자료들을 VCR로 녹화한 뒤 필요에 따라 녹화 테이프와 TV, VCR를 들고 다니곤 했다. 미디어센터 PC를 구입한 다음부터는 녹화된 프로그램을 DVD미디어로 저장하고,필요할 때 DVD 미디어와 노트북만 들고 다니게 된 것 또한 K씨에겐 즐거운 변화다. 디지털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화질도 선명할 뿐만 아니라 오래 사용해도 화질이 떨어지지 않아 미디어센터 PC의 진가를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집을 방문한 친구 L모씨는 PC를 통해 TV를 자유자재로 볼 수 있다는데 놀랐다. 그러나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L씨는 미디어센터PC처럼 PC를 통해 TV를 보기 위해 TV수신카드를 선택했다. 용산전자 상가에서 10만원을 주고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는 TV수신카드를 샀다. 데스크톱PC에 TV수신카드를 장착한 뒤 TV수신카드 드라이버와 프로그램 설치를 마친 L씨는 이제 K씨가 부럽지 않게 PC로 TV를 볼 수 있게 됐다. 수신카드가 아날로그TV는 물론 HD(고선명) TV까지 척척 잡아내 PC모니터를 통해 선명한 TV화면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K씨나 L씨처럼 PC를 통해 TV를 즐기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미디어센터PC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PC를 통해 TV는 물론 영화 음악 등을 자유자재로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한국HP 삼보컴퓨터 등 PC업체들은 지난해말부터 잇따라 미디어센터PC를 내놓으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TV수신카드도 이제는 HDTV까지 수신하고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제품이 등장해 PC로 TV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제 PC와 TV 사이에 영역이 무너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