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투자활성화의 세가지 조건..趙東成 서울대 <교수ㆍ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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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나라 경제계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기업 투자 마인드 되살리기'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다가 문득 투자가 불 붙듯이 일어났던 1960∼1990년대 중반을 회상해 보았다.
정부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서 제시하는 신규 사업을 사회에서는 '이권'이라고 불렀고, 여러 재벌 기업이 동시에 투자하겠다고 덤벼들어 과당경쟁의 양상을 보이기 일쑤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낮은 이자율에 풍부한 자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투자는커녕, 오히려 이미 해놓은 투자도 정리해버리는 마이너스 투자, 즉 국내에 세웠던 공장들을 뜯어서 중국 베트남으로 가져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작년 국내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25억1천만달러로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액 17억달러보다 50% 가까이 많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중국이 작년도에 유치한 5백35억달러의 외국인 투자규모와 대비해서 우리 경제를 급격히 왜소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일 생산하는데 필요한 투자를 오늘 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미래지향적으로 경영해야 할 기업인들의 투자 마인드가 얼음처럼 차가워진 이유는 무엇인가?
오늘날 투자가 안 일어나는 데 대해서 기업인들은 노사분규, 정부 규제, 반기업 정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기업의 기(氣)가 살아나고 투자 활성화로 연결되겠는가? 유감이지만 이에 대한 답은 '아니오'이다.
기업인이 투자를 하는 이유는 투자이익이 투자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투자를 해도 이익을 낼 수 없거나, 이익을 내더라도 언제 상황이 바꾸어질지 모른다면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투자이익은 시장에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가 있고, 투자기업이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자보다 더 낮은 가격, 더 높은 품질과 조건에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왕성한 투자의욕을 보였던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투자하면 위험부담 없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장에는 소비자가 넘쳐흐르고, 국내시장에 외국으로부터 제품과 서비스를 수입하는 것은 정부가 국내 기업 보호차원에서 막아주었으며, 만일 사업하다가 실패하는 경우에도 투자하기 위해서 해외로부터 빌려온 돈은 정부가 책임지고 갚아주었으니 위험부담은 없이 이익이 보장되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노사분규가 사라지고, 정부 규제가 사라지며, 반기업 정서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과거와 같이 위험없이 이익이 보장되는 투가기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시장에는 외국기업이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경쟁적으로 들여오고 있고, 과거 한국기업이 장악하던 중저가 제품에 대한 해외 시장은 중국제품이 싹쓸이를 하고 있다.
정부가 우리 기업의 실패를 책임져주던 관행도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사라지고 말았다.
더욱이 과거 한국을 후진국에서 개도국으로 끌어올리는데 한 몫 한 과학기술에 대한 거국적인 관심은 이제 싸늘하게 식었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기존의 중저가 시장을 중국에 넘겨준 상태에서, 선진국들이 장악하고 있는 고가·고품질 제품 시장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활로가 없다.
그러나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하는데 필요한 선진기술, 경쟁력을 갖춘 전문경영인,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는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경영인들의 기를 꺾지 않기 위해서는 노사분규, 정부 규제, 반기업 정서를 우리나라에서 몰아내는 것이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선진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세계 경영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대폭 양성하며, 기업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투명하게 경영하는, 세 가지 충분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dsch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