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받은 유제디니스 '미들섹스' 번역 출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03년 퓰리처상 문학부문 수상작인 장편소설 미들섹스(제프리 유제디니스 지음,이화연·송은주 옮김,민음사,전2권)가 번역돼 나왔다.
전세계 30개국에 출간돼 화제를 모은 이 책은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로 성(性)의 정체성 문제를 극복해가는 그리스계 소년의 성장기를 그렸다.
주인공 칼리오페는 미국으로 옮겨온 그리스계 이민 3세.그의 조부모는 근친혼이 성행하는 소아시아의 작은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하는 도중에 친남매 관계를 숨기고 결혼을 한다.
이들의 아들 밀턴은 육촌인 테시와 다시 결혼하는데 여기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칼리오페다.
거듭된 근친혼으로 칼리오페는 '5알파환원효소결핍증'이라는 희귀한 유전인자를 지닌 채 태어난다.
이 유전자는 여성의 생식기를 닮은 기형적인 생식기의 형태로 발현되지만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남성의 2차 성징이 나타난다.
주인공은 여자이면서 남성의 염색체를 지닌 양성 인간인 셈이다.
14살이 되면서 이러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칼리는 가족들의 눈을 피해 가출한다.
양성 인간의 이야기는 얼핏 보통사람들과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오히려 현실에 기반을 둔 보편적인 주제라고 말한다.
그는 "19세기 프랑스 수녀원의 한 양성 인간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멋진 스토리였고 뭔가 매력적인 구석이 많았다.
자기 변신과 운명적인 열정,또래 여학생을 사랑하면서 자신이 양성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여정을 소설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희귀한 유전자를 타고난 양성 인간의 이야기를 작가는 때로는 천진난만하게,때로는 능청스럽기 짝이 없게 풍부한 유머로 풀어나간다.
옮긴이는 "어떤 비극적인 순간일지라도 한 걸음 떨어져 초연함과 여유를 가지고 인간미 넘치는 우스갯소리로 한꺼풀 씌워 놓는다"고 평했다.
책은 한 소년의 치열한 성적 모험 외에 작품의 배경이 된 미국의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변천사,1930년대 미국을 강타한 경제공황과 석유파동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도 함께 담아내 미국의 근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