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불황으로 매출이 줄어 고전하고 있는 백화점들이 카드매출채권 부실화라는 복병을 만나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자사 카드로 구매한 뒤 카드대금을 결제하지 않는 고객들로 인해 지난해 5백5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2년 넘게 회수 안된 카드매출채권을 헐값에 팔아넘겨 3백8억원의 손해를 봤고 대손충당금으로 2백43억원이나 적립해야 했다. 이는 2002년의 카드 매출 관련 부실액 38억원의 14.5배나 된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잠재부실을 깨끗이 정리한 덕에 법인세 절감 등으로 1백47억원의 수익 요인도 생겼다"며 "카드 위기가 심화된 작년부터 관리를 강화해 연체율이 뚝 떨어졌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부실 발생 규모가 현저히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2003년도 결산에 반영된 카드 관련 부실 규모가 1천6백억원이다. 지난해 말 백화점카드부문을 계열사 롯데카드로 넘기면서 한꺼번에 부실을 정리하는 바람에 손실 규모가 커졌던 것. 다행이라면 백화점카드가 롯데카드에 흡수돼 백화점카드 부실 문제에 관한 한 한시름 놓게 됐다는 점이다. 롯데 현대뿐만이 아니다. 자사 카드를 발행하는 중견 백화점들도 금액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손실 감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유통업계로선 외상(카드 결제)으로 판매한 물건 값마저 떼이는 불운을 겪고 있는 셈이다. 백화점 빅3 중 롯데와 현대가 대규모 부실채권에 시달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신세계는 느긋한 입장이다. 롯데 현대와 달리 2000년 11월 백화점카드 부문을 한미은행에 맡겨 부실채권 부담을 은행측이 지기 때문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