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이 지나치게 크지 않습니까. 규제가 필요하지 않나요."


"우리나라 30대 그룹 5백57개 회사의 전체 자산이 미국의 GE 하나보다 적습니다.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하려면 더 키워야하지 않겠습니까."


27일 경기도 일산의 동양인재개발원 제2강의실.


전국 12개 대학 총학생회 간부 60명과 송병락 서울대 교수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강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마련한 '제1기 대학 총학생회 간부교육'의 첫날 첫 시간.


한양대 숙명여대 경북대 울산대 광주대 등에서 온 12명의 총학생회장을 포함한 총학 간부들은 기업 활동을 변호하는 송 교수의 설명을 열심히 경청하며 메모도 했다.


대학 총학생회가 그동안 전경련에 대해 기업 이익만 대변하고 노동자의 권익은 외면하는 집단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번 강의는 지난해 11월 전국 21개 대학 비운동권 학생회인 '학생연대21'이 "대학 내에서 주도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총학생회 간부에게 시장경제에 대해 알리고 싶다"는 전경련의 제안을 받아들여 성사됐다.


60명의 총학생회 간부들은 오는 30일까지 3박4일간 합숙하며 송 교수와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 공선표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등 각계의 시장경제 전문가로부터 14시간에 걸친 강의를 듣는다.


학생연대21 신진수 의장(한양대 총학생회장ㆍ28)은 "이번 기회가 학생들의 취업을 활성화하고 기업의 높은 생산성을 대학 사회에 이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 총학생회가 전경련으로부터 배운다는데 대한 부담도 컸음을 숨기지 않았다.


신 의장은 "한총련과 시민단체 등 여러 곳으로부터 부정적인 의견 표명이 있었으나 정작 학생 대다수는 '총학이 현실적인 접근을 시작했다' '대졸자 취업난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등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줘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동석 부산가톨릭대 총학생회장(27)은 "이런 계기를 통해 모두가 열심히 고민해본다면 오히려 다양한 시각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졸자 취업난은 총학생회에도 현실적 접근을 요구하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한 총학생회장은 "예전에는 총학생회장이라는 프리미엄만으로도 취업이 쉬웠으나 이제는 옛말"이라며 "극심한 취업난 속에 총학생회의 대책을 바라는 학내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참가한 다수의 총학생회 간부들은 이번 기회가 직ㆍ간접적으로라도 학생들의 취업난 해소에 도움을 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김수정 숙명여대 문화복지차장(21)은 "전경련과의 협력을 계기로 향후 인턴 등 일자리 확대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기업과 경제 경영에 대한 강의가 많아 개인적으로도 취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김성훈 본부장은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돼 대학 내에 만연한 반기업정서가 조금이라도 해소되기를 바란다"며 "향후 재계와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청년실업 해소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앞장서 나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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