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이 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경제의 10대 불가사의'라는 이색적인 자료를 배포했다. 좌 원장이 내놓은 '불가사의'는 1980년대 중반 이후 경제민주화와 균형성장, 분배정의 구현이라는 기치 아래 각종 개혁정책들이 추진됐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로 나타난 현실을 꼬집은 표현이었다. 경제구조의 선진화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잠재 성장능력과 생산성 소득분배구조 등의 경제지표들도 악화됐다는 것이다. 좌 원장은 "좋은 뜻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며 "개혁이 민주ㆍ평등ㆍ균형 등 아무리 좋은 뜻과 높은 이상을 가졌더라도 반드시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게 역사의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좌 원장은 실례로 구체적인 통계치를 제시하며 경제 민주화와 균형성장 정책이 결과적으로 기업가 정신의 실종과 산업 공동화를 야기했고 지속적인 지역 균형발전 정책 속에서도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심화돼 왔다는 점을 들었다. 또 경제력 집중 억제와 분배 지향, 중소기업 육성정책 등도 대부분 원하는 효과를 달성하기는커녕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만 키웠다고 주장했다. 교육 평준화 정책 역시 초ㆍ중ㆍ고교생의 해외유학 급증과 학습능력의 하향 평준화로 나타나면서 실패작으로 꼽혔다. 좌 원장은 개혁정책과 현실적 결과와의 이 같은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종 개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앞으로 5∼10년 내 먹고 살 것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얘기하면 정부는 왜 삼성 같은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그런 고민을 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민주ㆍ평등ㆍ균형이라는 이름 아래 열심히 일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의지를 꺾어서는 안되며 지나친 시혜성 정책으로 국민들의 나태함을 조장해서도 안된다"고 역설했다. 좌 원장은 경제의 이같은 '불가사의한 구조'를 정치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가장 성공한 정치인이 가장 부패한 정치인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과 국회의사당이 부패정치인을 만들어내는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