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2:36
수정2006.04.01 22:39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지 않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불황 장기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시중에는 돈이 말라가고 있고 가계는 오락 유흥비 등은 물론이고 진료나 교육비 등 꼭 필요한 지출까지 줄이는 등 불황에 대비한 긴축재정에 들어가고 있다.
불황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는 부도업체 숫자는 지난해 주춤했다가 올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7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총유동성(M3) 증가율은 8%대로 2001년(9.6%)과 2002년(12.9%)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M3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3년 만이다.
통화량 증가율을 시기별로 보면 1분기 12.4%에서 2분기 9.6%, 3분기 8.1%로 증가율이 완만하게 떨어지다 10월과 11월 들어 5.9%와 5.2%로 급강하했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실물시장의 향방을 가늠케 하는 금융지표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통화량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경기 침체로 가계와 기업의 자금 수요가 줄고 그에 따라 통화 유통 속도가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며 "정확한 요인을 분석하려면 정부 부문과 금융기관의 통화 환수 내역 등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신용카드 권장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던 신용카드 사용액이 지난해(3분기까지) 들어 마이너스(-19.6%)로 돌아서는 등 경기는 당분간 회복이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진단이다.
이처럼 시중 돈이 말라가면서 꼭 필요한 부문에서까지도 지출을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의 11월 서비스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진료비를 기준으로 작성되는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 부가가치액(전년동월 대비)은 지난해 11월 들어 처음으로 3.2% 감소세로 돌아섰다.
침체 속에서도 예외적으로 호황을 누려오던 '사교육 산업'도 경기침체의 불똥이 튀기면서 지난해 8월부터 10월(8월 -5.0%, 9월 -4.2%, 10월 -2.4%)까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경기 침체로 문을 닫는 기업도 속출, 당좌거래정지 업체를 기준으로 파악되는 부도업체 수는 지난해 11월까지 4천8백76개로 2002년 한햇 동안의 4천2백44개보다 15% 많았다.
부도업체 수는 2001년 5천2백77개에서 2002년 들어 19.5%가 감소했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올해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동원해 경기 활성화에 나선다는 각오"라고 말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단기적인 경기부양조치를 내놓을 경우 오히려 후유증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