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업종 따라잡기] 발성영어 정인석 원장..'영어 발음비법' 학원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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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
발성음이 복도까지 새어나온다.
70세 노인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손자또래 아이들과 함께 영어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정인석영어문화원의 학습장면이다.
이 학원 정인석 원장(48)은 학원 운영 경력만 25년이다.
그런데도 아직 영어학원 업계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는다.
그가 만든 영어학습법이 워낙 독특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발성영어'가 바로 그것.
"우리나라처럼 영어 학습에 열정적인 나라는 없을 겁니다.학습이론만 38가지 있다고 들었어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 교재 들여오고 해외연수나 조기유학 등으로 한해 20조원을 쏟아붓는다는 통계를 봤습니다.정말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 원장이 발성영어에 눈뜨게 된 것은 고향인 경남 마산에서 중학교 다닐 때였다.
당시 마산은 수출자유지역이어서 외국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잦은 곳이었다.
영어에 관심을 갖고 단어부터 달달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외워도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원음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원인이 뭔가 15살짜리 소년은 골똘히 고민했다.
"다니던 학교가 기독교 계통이어서 외국인 선교사들이 많았어요.발음하는 것을 자세히 보니 한국인 영어 선생님과 판이했어요.호흡과 신체구조 차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더라구요."
선교사는 숨을 끌어올리고 입을 좌우로 벌리는데 반해 영어 선생님은 숨을 끌어내리며 입을 상하로 벌리는 것이었다.
결국 호흡과 구강 구조의 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엔 맹렬한 연습에 돌입했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한달간 침식을 잊다시피하며 훈련에 매달렸다.
하루 연습시간은 17시간.
그 다음은 직접 도상훈련에 나섰다.
마침 극장 주인 아들이 동창이었다.
외국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영사실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부터 자막을 보지 않아도 영어 원음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교장선생님과 선교사들이 대화하는 자리에선 통역 노릇을 했다.
대학 다닐 때도 영어 가르치는 일로 학비를 벌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형제들 중 유일한 대학생이란 걸 감사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외국 유학은 꿈도 꾸지 못할 처지였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경기도 안양에서 영어학원을 열었다.
당시 학원 등록을 하러 교육청에 갔더니 담당공무원이 "이 지역 최연소 학원장"이라고 귀띔해 줬다.
20,30대를 학원사업에 몸 바쳤지만 그는 항상 비주류로 맴돌았다.
'발성영어'는 국내에서 개발한 학습법인 까닭이다.
학회 세미나장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교수들도 돌아서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들도 옥스퍼드나 하버드 교재가 아니면 수긍하려 들지 않았다.
"우리나라 문화가 다 그렇지만 영어학습도 지독한 사대주의에 물들어 있습니다.자생적인 학습법에는 코웃음치지만 외국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지요.중국 리양의 미친영어 교재가 한국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린 것도 사대주의 산물이라고 저는 봅니다."
정 원장은 2000년 10월 일본과 한국을 번갈아 방문한 리양을 서울에서 만났다.
3시간동안 리양에게 발성영어 이론을 소개하자 감탄한 그가 선뜻 사업 제휴를 제안한 적도 있다.
오랫동안 냉대받던 발성영어는 99년부터 뜨기 시작했다.
발성영어학원에 다니던 잡지사 기자가 이를 기사화,발성영어 테이프를 부록으로 끼워 그 달에 8만부를 팔았다.
대박이 터진 것.
이후 발성영어는 TV와 잡지에서 70여회 소개됐다.
방학 땐 미국 이민자 자녀들로 학원이 붐빈다.
발성영어 소문을 접한 이민자들이 언어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녀들을 이끌고 정 원장을 찾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이제 발성영어를 확산시키기 위한 프랜차이즈 사업화 방안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다음달엔 서울 강남에 분원을 낼 계획이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시설,강사양성 등 매뉴얼도 완성단계다.
홈페이지 www.jisbioenglish.co.kr 문의 (02)594-0240
글=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