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남편과 자녀, 부모 형제 등 가족과 함께 북한에서 탈출한 이모씨는 요즘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을 준비중이다. 남편이 몇년째 일하지 않고 놀고 있어도 자식들을 생각해 꾹 참아왔지만 자신이 하루벌이해서 수백만원을 저축한 통장을 얼마 전 남편이 몰래 갖고 나가 모두 써버리자 생각을 바꾼 것이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 여성중 상당수가 북한 출신 남편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과 아내에게 폭언및 폭력을 서슴지 않는 전근대적인 가부장적 행태. 3년 전 한국에 온 뒤 계속되는 북한 출신 남편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이혼했다는 정모씨도 "북한에서는 배운 사람이건 못배운 사람이건 여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가하는게 일상적"이라며 "남한에 와서까지 그렇게 살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남한에 온 뒤 1년간 아내와 불화를 빚다 뒤늦게 '남한식'으로 태도를 고쳐 지금은 화기애애하게 잘 살고 있다는 탈북자 김모씨는 "이젠 탈북 남성들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