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뉘우칠줄 모르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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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정치자금 문제로 정치권이 연일 호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이회창 후보 선거 사령탑을 맡았던 정대철·서청원 의원이 검찰 수사망을 피하지 못했다.
또 노 후보측의 이상수 총무본부장,이재정 유세본부장,이광재 기획팀장이 구속되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후보측의 김영일 선대본부장,최돈웅 재정위원장도 마찬가지 처지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선거때 돈을 만지거나 자금 모금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가 검찰에 '걸려든' 것이다.
불법 자금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 뿐만 아니다.
5,6공 때는 물론이고 문민정부 시절에도 안기부 자금의 15대 총선 지원이 논란이 됐다.
그때마다 정치권은 "불법 자금 비리의 사슬을 끊겠다"며 다짐했지만,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다.
그 당사자들이 "진정 내 책임"이라고 고백하지 않는 것도 '판박이'이다.
정대철 의원은 최근 구치소를 찾은 측근에게 "이렇게 기가 막힐 수 있느냐"고 '신세타령'을 했다고 한다.
서청원 의원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후 "패장이 겪는 고초"라고 말했다.
한결같이 "억울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상대방을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한나라당은 "4대기업이 노 후보측에는 한푼도 지원하지 않았고 한나라당에만 5백2억원을 주었다는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선전전에 치중하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차떼기 정당'과 우리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라고 외친다.
각 당은 이번에는 반드시 '돈안드는 선거 개혁'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모두들 자신들의 눈에 박힌 '가시'대신 남의 눈에 박힌 '대들보'를 찾아내는데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 않고 있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