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6~7일 미국 보카래턴(플로리다주)에서 열릴 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담을 앞두고 국제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최근 1주일 동안 유럽의 달러 약세에 대한 반발로 내림세가 주춤했던 달러가치는 28일 1백5엔대로 급락하며 국제외환시장을 다시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달러는 작년 9월 중동 두바이에서 개최된 G7회담 무렵에도 급등락하는 등 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었다. ◆ 요동치는 국제환율 달러가치는 이날 도쿄시장에서 전일 대비 0.4엔 떨어진 달러당 1백5.81엔에 마감됐다. 달러당 1백5엔대의 종가는 지난 2000년 9월8일(1백5.48엔) 이후 3년4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날 뉴욕시장에서는 장중 한때 1백5.45엔까지 밀리기도 했다. 지난주 초 1백7엔대로 회복됐던 것에 비하면 1주일 사이에 2엔 이상 급락한 셈이다. 달러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불안한 급등락세를 타고 있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과 EU 재무장관들이 유로강세(달러약세) 우려 및 시장개입을 시사하자 달러가치는 유로당 1.23달러선까지 급격히 회복됐으나, 이날 1.26달러대로 다시 급락했다. 이에 따라 최근 2주일간 달러가치의 진폭은 사상 최저치인 유로당 1.29달러에서 1.23달러대까지 상당히 컸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만간 유로당 1.30달러선이 붕괴되는 등 환율불안이 내달 G7회담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달러가치 하락은 일본정부가 G7회담을 앞두고 시장개입을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된 결과다. 미국의 1월 중 소비자신뢰지수 상승폭이 기대치를 밑돌고, 'ECB가 유로강세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란 한 ECB 이사의 발언도 달러하락을 부추겼다. ◆ 내달 G7회담 결과가 변수 달러하락세는 작년 9월20일의 두바이 G7 재무회담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달러가치는 회담전 약 한 달 동안 1백15~1백18엔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이후 회담에서 달러약세를 용인하는 '더 유연한 환율시스템' 합의가 나오자 곧장 1백10엔선 밑으로 추락했다. 국제금융계는 이번 보카래턴 G7회담에서 달러약세가 또다시 용인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달러약세 기조가 재차 용인될 것이란 전망과, 유럽국가들이 미국의 달러약세 정책에 제동을 걸 것이란 관측이 병존하는 상황이다. 회담을 앞둔 미국과 유럽의 시각이 그만큼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지난 26일 독일신문과의 회견에서 세계경제성장 방안이 보카래턴 G7회담의 주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율을 의제로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와 EU 재무장관들은 달러약세(유로강세)를 핵심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다니가키 사다카주 일본재무상은 중립적이다. 그는 27일 "시장개입의 목표가 엔고 저지가 아닌 엔고의 속도조절"이라며 최근의 국제환율동향에 중도적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달러약세를 초래한 지난번 두바이 회담과는 달리, 이번 보카래턴 G7회담 이후 달러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