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념일이 하나 생겼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부부의 날'이 바로 그것이다. 5월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했는데 그 이유는 5월이 가정의 달이고 부부(2)가 하나(1)되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21을 택했다고 한다. 이혼율이 급격히 늘고,부부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심지어 부부스와핑까지 등장하는 현실에서 가정해체를 막아보자는 일종의 도덕재무장운동이 부부의 날로 나타난 것이다. 법원이 가급적 충동이혼을 줄이기 위해 이혼숙려기간을 두기로 한 것도 가정해체를 막자는 고육책에서 비롯됐음은 물론이다. 막상 이혼을 하고 나면 80%가 후회한다는 점을 감안,이혼에 합의해도 3∼6개월간 정식이혼을 유예하고 냉각기를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정해체를 막기 위해 이번에는 'SOS상담소(☏1688-1004)'를 만든다는 소식이다. 엊그제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이 상담소는 시·군·구별로 설치돼 이혼 빈곤 가정폭력 등 위기가정에 대한 상시구호활동을 벌이게 된다. 119가 재난에 대비한 구급시스템이라면, SOS상담소는 '가정지킴이'가 되는 셈이다. 가정은 행복을 저축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경제·사회적인 주변여건이 여의치 못해 가정이 해체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로 나타나고 있음은 걱정스런 일이다. 특히 가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의 심리적 공백상태는 심각한 지경이라고 한다. IMF 이후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급격히 증가한 풀죽은 가장들은 가출이나 동반자살 등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버려지고 가정은 빚더미에 눌리면서 사회구성의 기초가 되는 가정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흔들리는 가정을 바로 잡는 것은 당면과제가 되었다. 누구 탓으로 돌리기 전에 사회구성원 모두가 나서 힘을 보태야 할 일이다. 몽테뉴가 그의 수상록에서 "왕국을 지배하는 것보다 가정을 다스리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고 했듯이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위기에 처한 가정들이 SOS를 보내 다소나마 도움을 받고 새로운 삶의 의욕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