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정책이 획일적인 교육을 불러왔고 공교육의 수준저하(하향평준화)에 실망한 돈 있는 가정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오히려 심화돼 왔다."(한국개발 연구원 이주호 박사) "사회 전반의 빈부격차 확대를 도외시하고 평준화만 탓하는 것은 차별적인 교육을 원하는 기득권세력의 악의적인 분석이다."(전교조 정재욱 정책실장) 서울대가 지난 25일 공개한 사회과학연구원의 '입시제도의 변화:누가 서울대학교에 들어오는가?' 연구 결과를 놓고 28일 열린 심포지엄은 평준화 문제를 둘러싼 토론장이 됐다. 서울대 연구보고서에서 "고소득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 비율이 저소득 계층에 비해 17배나 높아지는 등 고교평준화 이후 '부(재력)의 세습이 학력 세습'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 터여서 예상했던대로 이날 심포지엄은 평준화에 대한 찬반 토론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연구자인 이창용 교수는 "입시제도가 바뀌어도 사교육의 새 제도 적응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많이 받는 고소득층 자녀들이 서울대학에 많이 진학하는 '학력 세습'을 막기 어렵다는게 연구 결과"라며 "장학제도 확충 등 저소득층 배려, 다양한 자립형 고교 허용, 사교육비의 수업료 전환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서이종 사회학과 교수는 "입시제도가 바뀐 초기엔 서울과 강남 8학군 출신 학생들의 서울대 입학률이 다소 떨어졌지만 곧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사교육의 높은 입시제도 적응력을 말해주며 (평준화 등) 정책의 실패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일 경제학부 교수는 "부모의 학력 프리미엄은 엄연히 존재하며 부모 학력에 따른 입학률 격차는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전교조 정재욱 정책실장은 "보고서는 서울대 진학률을 공교육의 목표로 착각하며 공교육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며 "기득권 세력이 오히려 평준화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평준화 때문에 학력 세습이 고착되고 있다는 해석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수학생만을 차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논리가 과연 교육적으로 타당한지도 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연구 결과는 교육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것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분명한 데이터"라고 평가한 뒤 "평준화는 학교교육을 획일화하는 과격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획일적이고 질낮은 교육을 강요하는 평준화는 불평등 심화의 주범"이라며 "고소득층이 대안을 사교육에서 찾는 건 인지상정이고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윤정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가 입시제도가 어떻게 변하든 서울대는 자체 연구를 지속해 결과를 축적하고 독자적으로 고교 수준을 평가하자"고 제안한 뒤 "우수한 학생이 역차별 받지 않도록 서울대 입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원 한국교육개발원 학교교육연구본부장은 "학력 세습은 사회가 안정화되고 소득과 부의 격차가 커지면서 생겨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본다"며 "평준화의 기본틀은 유지하되 뛰어난 아이들에게는 부적절한 면을 보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