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취업난을 보이는 요즘 취업률 1백%인 대학이 있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고급기능인력을 양성하는 2년제 기능대학이 졸업생들을 모두 취업시켜 대졸 청년실업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산업현장에 필요로 하는 인력을 매년 전국 23개 기능대학에서 6천명 정도씩 배출되는데 취업률은 1백%를 기록하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 졸업하기 전에 입도선매(入稻先賣)할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대학 졸업생들을 데려가기 위해 기업들끼리 치열한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졸업생들은 취업걱정보다 어떤 회사를 고를지 행복한 고민에 싸인다. 실제로 지난 한햇동안 재학생들을 뽑겠다는 회사숫자가 졸업생수를 4~5배 웃돌고 있을 정도다. 올해 졸업생들도 이미 취업률이 99%를 넘어선 상태다. 이처럼 기능대 졸업생들이 산업현장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실습위주의 현장교육과 산·학 협력의 교육과정 때문이다. 현재 전국 23개 기능대학에는 멀티미디어 정보통신 컴퓨터애니메이션 게임 시각디자인 패션디자인 메카트로닉스 등 47개 학과가 개설돼 있다. 이들 대학 대부분이 광통신 실험장치,진공 열처리로,레이저 가공기,워터제트 등 고가의 시설장비를 갖춰 산업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학교법인 기능대학의 윤지현 홍보과장은 "기업들이 기능대학 출신들을 찾는 이유는 산업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하기 때문"이라며 "지난 98년 기능대가 설립된 이후 2002년(96.4%)만 빼고는 매년 1백%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청주기능대학(전자기계과)을 졸업하고 전자부품제조회사인 신흥전자(충남 천안)에 입사한 노지현양(22)은 "기능대학에서 실습위주의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기업들도 서로 눈독을 들이는 것 같다"며 "실제로 이러한 수업 덕분에 현장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이 잘되는 기능대학을 나온 것을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임금도 경력에 비해 많이 받는 편"이라고 자랑했다. 기능대출신들의 취업률이 높은 또다른 이유는 눈높이를 너무 높이지 않는다는 것.올 2월 안성여자기능대학(컴퓨터응용기계설계과) 졸업예정자로 지난해 11월부터 솔고바이오메디칼(경기 평택)에 다니고 있는 임아름양(24)은 "요즘 취업난이 심화하는 것은 일자리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높은 것도 큰 요인"이라며 "대학 때 배운 실습을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어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기능대 출신인 구경민씨(26)는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일수록 간판에 집착하는 것 같다"며 "기능대 학생들은 애초에 간판보다는 실속을 챙긴 사람들이니까 그만큼 현장 적응력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산업현장에 맞는 교육을 받다보니 기업들의 구인요청도 쇄도하지만 대기업의 공개채용시험 합격률도 높은 편이다. 올 2월 구미기능대(컴퓨터응용기계과) 졸업예정자인 조인식씨는 지난해 9월 LG전자 공개채용에 응시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조씨는 "대학에서 배운 기계기술을 종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에 취업해 매우 만족스럽다"며 "학교에서 배운 실습경험을 최대한 살려 회사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사원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대전기능대학(메카트로닉스학과)을 졸업한 한승철씨는 공대생이 선망하는 반도체 핸들링장비제조회사인 ㈜미래산업 공개채용시험에 합격해 자동화설비부서에서 회사 내 최고의 능력을 갖춘 인물로 커갈 것을 스스로 다짐하며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