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정보통신 분야의 주요 정책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다. 디지털방송,위성 DMB,비동기식 IMT-2000(W-CDMA) 등은 바로 그런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하나같이 정부가 차세대의 성장분야로 제시한 산업들과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방송의 경우는 정책혼선의 극치라고 할 만하다. 국내 전자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은 아랑곳 없다는 듯 뒤늦게 전송방식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더니 급기야 지난해 말 6대 광역시로 확대하겠다던 디지털TV 방송 개시시한도 무기한 연장되고 말았다.일부 방송사의 문제제기에 정부 정책이 이렇게까지 휘둘릴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당장 전자업계에 2조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앞으로 전송방식이 바뀌기라도 한다면 그 손실은 수십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디지털TV를 차세대 성장동력 품목으로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방송정책과 일정이 이렇게 불확실한 판에 기업들이 어떻게 기술개발을 하고 제품생산에 나설 수 있겠는가. 디지털TV에 대한 끝도 없는 논쟁 탓에 차세대 방송ㆍ통신 융합서비스라는 위성DMB 서비스 도입도 불투명하게 됐다. 업체는 위성체 발사 일정까지 이미 잡아놨지만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은 지연되고 있고 정부는 여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는 푸념만 늘어놓고 있다. 이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도 문제지만 세계 첫 상용화라는 좋은 기회를 놓칠 경우 그 손실은 훨씬 막대할 것이다. 꿈의 이동통신이라고 불렸던 IMT-2000 서비스는 시행 한달이 지났지만 시늉만 내고 있는 실정이다. 서비스는 당초 기대했던 것과 다르고 단말기도 비싸다. 업계는 신규투자를 꺼리고 있다. 사실상 실질적인 가입자가 거의 없으니 상용화가 시작됐다고 평가하는 것이 머쓱할 정도다. 어떻게 될지 뻔히 예상했으면서도 면피용으로 정책을 강행한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부 말대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측면에서 투자가 시급하다면 업체들에 출연금 부담 완화 등 투자촉진책이라도 강구할 법도 한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방송ㆍ통신정책은 한마디로 표류하고 있다. 밖에서는 정보통신과 방송의 융합 추세에 발맞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은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에,법적ㆍ제도적 장애요인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꼴이다. 이것이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나라의 현재 모습이라면 희망이 있을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