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에 나온 저가 아파트 매물에 투자자들과 실수요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특히 일부 물건은 10·29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이전에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5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투자열기가 뜨겁다. 29일 법원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한동안 뜸하던 아파트 경매에 다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1회차부터 투자자들이 몰려 낙찰가율이 1백%를 웃돌던 지난해와는 달리 2회 이상 유찰된 아파트에만 입찰자가 대거 몰리는 '저가매물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두차례 유찰될 경우 최초 감정가의 64%까지 가격이 내려가 내집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노려볼 만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6일 서울 남부지원에 나온 영등포구 영등포동 삼환아파트 42평형 3회차 경매에는 무려 31명이 경합을 벌였다. 최초 감정가가 3억7천만원이었으나 두차례 유찰된 탓에 2억3천6백8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다. 그러나 입찰자가 대거 몰리면서 2회차 경매가보다 높은 3억2천4백90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의 시세는 3억8천만∼4억원선이다. 따라서 시세보다 5천5백만원 이상 낮은 가격에 낙찰된 셈이다. 이에 앞서 열린 서울지방법원 본원 경매에서는 관악구 봉천동 동아아파트 33평형 입찰에 무려 58명이 참여했다. 최초 감정가 2억9천만원이던 이 아파트 역시 두차례 유찰돼 1억8천5백6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다. 3회차 입찰에서는 경합끝에 2억3천9백65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또 지난 9일에는 3회나 유찰된 끝에 재경매에 부쳐진 서초구 방배동 덕산아파트 50평형에 39명이 참가해 당일 최고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감정가의 68.3%인 3억4천1백70만원에 낙찰됐다. 이 처럼 신건 경매(1회차 경매)는 한산한데 반해 유찰물건에 유독 투자자들이 몰리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가격메리트와 아파트의 환금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매 관계자는 "토지시장에 자금이 몰린다지만 아파트의 환금성에 재미를 들인 투자자들은 쉽게 아파트시장에서 떠나지 못한다"며 "게다가 저렴한 경매물건을 통해 내집을 장만하려는 실수요자들이 경매시장에 몰리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가세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