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총선에 '올인'하나] "기업을 들러리 세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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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수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기업들이 또다시 '총선 정국'이라는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대기업 핵심 임원들이 사실상 여당의 '선거용 정책간담회'에 동원되는가 하면 경영환경의 개선없이 무조건 투자와 고용을 늘려달라는 정부의 압박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게다가 총선을 앞둔 여ㆍ야 정치 권의 인기영합주의와 반기업 정서 조장, 선거철을 틈탄 노동계의 극한 투쟁도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국회정치개혁특위 정치자금법소위원회가 지난 28일 정치권에 대한 법인의 정치자금 제공은 금지하면서 기업 대표나 임직원 명의의 기부 행위는 허용키로 한 것도 기업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정기탁제 등 재계의 줄기찬 요구는 외면한 채 기업인들을 정치자금 동원에 꼭두각시로 써먹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돈 안드는 선거를 외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29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열린 열린우리당과 28개 기업 투자담당 임원들의 간담회에서는 이같은 기업인들의 볼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참석자들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돈있는 사람이 돈을 쓰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해주고 있느냐"며 "기업 얘기를 듣고 싶으면 직접 기업을 찾아와야지 왜 바쁜 사람들에게 끝나는 시간도 알려주지 않고 오라고 하느냐"고 성토했다.
열린우리당이 다음달 3일 정동영 의장 주도로 주요 그룹 구조조정본부장들을 '소집'해둔 것도 여당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규제완화는 해주지 않으면서 무작정 투자와 고용을 늘려달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재계는 또 정부가 '근로자 정년 60세 연장'과 같은 선심성 정책을 내놓고 있는 마당에 정치권이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추적권 연장과 같은 법률개정안을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통과시켜버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 장기화로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계속 확산될 경우 재계가 정치권 시민단체 노동계에 포위돼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질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는 막아놓고 임원들의 기부는 허용하면 그 돈은 어디에서 나겠느냐"면서 "지키지도 못할 법,새로운 부정을 낳는 법을 만들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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