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움직임이 주식시장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28일 열린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초저금리정책을 "상당기간" 유지하겠다는 표현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조치로 받아들이면서 뉴욕증시에 이어 국내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단기조정 계기로 작용 29일 종합주가지수는 0.71%(6.12포인트) 내린 853.47로 마감됐다. FOMC의 '상당기간' 문구 삭제로 이르면 올 하반기쯤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금리인상은 단기적으로는 채권에도 악재가 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보다 채권의 매력을 높여준다는 점이다. 자금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옮겨갈 수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 개연성은 현재 진행중인 달러화 약세 속도를 둔화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 달러약세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자금이 비(非)달러화자산 쪽으로 이동하고,이는 다시 외국인의 국내 증시 유입으로 연결되는 '고리'를 끊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때마침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1천9백억원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작년 12월30일 이후 18일만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진 것은 뉴욕증시와 국내증시에서 주가상승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를 강하게 만든 요인이 되고 있다"며 "국내 증시는 길게는 2월말까지 최대 800대 초반까지의 단기조정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 추세는 지속 설령 올 하반기부터 미국 FRB가 금리인상을 단행해도 곧바로 증시의 중장기 상승추세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박천웅 모건스탠리 상무는 "과거 사례에서 볼 때 미국 FRB가 실제 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 아시아증시의 상승추세가 먼저 방향을 돌린 적은 없었다"며 "국내증시 향방은 그보다 선진국의 경기선행지수 등 경기지표에 더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외국인의 매수 여부도 금리 재료보다는 기업지배구조 문제 등에 더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기석 삼성증권 증권조사팀장은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고 금리가 완만하게 오르는 가운데 경기호황이 지속되면 증시는 계속 상승할 수 있다"며 "문제는 향후 경기가 이를 선반영하고 있는 금융시장을 충족시킬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선 차익실현을 한 뒤 향후 있을 단기 주가조정 과정에서 저점 매수에 나설 것을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장인환 사장은 "저가매수 대상은 무엇보다도 그동안 주도주 역할을 해 왔던 삼성전자 삼성SDI LG전자 등 정보기술(IT)관련 수출주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