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접대문화가 크게 변하고 있다고 한다. 술과 골프 대신 뮤지컬과 연극 등의 티켓을 선물하는 이른바 '문화접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설 연휴기간 동안에 분명하게 나타났는데 가전회사와 제약회사,백화점,은행 등이 고객이나 바이어에게 줄 공연표를 다투어 예약하는 바람에 공연가(街)는 의외의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뮤지컬 '캐츠' 등 유명 공연마다 기업들의 단체표 구입이 줄을 잇고 있으며,2월에 시작하는 마임극 '스노우쇼'도 인기 접대품목이긴 마찬가지라는 소식이다. 연초 정부의 '접대비 실명제'가 시행되면서 그 대안으로 문화접대가 등장했다는 것.건당 50만원 이상의 접대비를 쓸 경우 누구를 대접했는지를 일일이 기록해야 하는 접대비 실명제가 기업현실상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어쨌든 그 파생으로 접대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 보여진다. 게다가 공연표를 선물하는 비용이 협찬금이나 광고비 계정으로 계산돼 정부의 접대비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이점이 있기도 하다. 기업들은 문화접대를 통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생각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품격높은 기업이미지를 심을 수 있고,후원을 통해 문화계 발전에 기여하고,접대받는 상대에게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문화지원을 돕는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에는 기업체들로부터 "고객을 모실 좋은 공연을 소개해 달라"는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문화접대가 일반화 돼 있다. 접대상대는 물론 그 가족까지도 공연장에 초청해 간단한 식사와 함께 공연을 즐김으로써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서다. 공연 중간에 중요한 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우리와 달리 중간 휴식시간이 30분 정도여서 느긋하게 차나 와인을 마시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문화적인 분위기에서 하는 상담이 효율적임은 물론이다. 문화접대는 브랜드 이미지나 마케팅에도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접대양태에 변화의 바람이 크게 일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