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존 체임버스 국가신용평가그룹 전무는 29일 "한국정부가 역외선물환(NDF) 시장 규제 등을 통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에 잘못된 신호(Wrong signal)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체임버스 전무는 이날 뉴욕 코리아소사이티가 주최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국의 신용등급 추이'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NDF 시장 규제를 통한 외환시장 개입 효과는 크지 않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쌓는 것이 환율을 어느 정도 관리하는 증거라며 "하지만 그런 노력은 결국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체임버스 전무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장기 외화표시 신용등급)은 A-,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자리매김돼 있다며 신용등급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2단계 구조 개혁 △북한 붕괴에 대비한 재정 보강 △한반도 핵 긴장 완화 등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상태에서 수출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경제 성장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구조 개혁이 신용등급 향상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의 의지 부족으로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을 받지 못한 데 실망했다며 4월 총선 후 개혁 노력이 더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4월 총선에서 열린 우리당이 현재의 의석보다 많이 얻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권의 취약한 지지도는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한국정부가 여러가지 방법으로 금융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며 그 같은 개입이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붕괴와 관련,"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선진국이 통일 비용을 원조해주더라도 한국정부가 대부분의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정을 튼튼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임버스 전무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 S&P가 신용등급을 매기는 99개 국가 중 한국의 지정학적 위기가 가장 높은 이유도 그 때문이라며,그러나 지정학적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는 종합적으로 볼 때 한국의 신용등급이 좋아질 가능성과 나빠질 위험성은 같다고 말해 당분간 등급을 조정할 가능성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