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商議회장 연일 정부에 직격탄] "나라도 쓴소리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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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연일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이후 한동안 자극적인 발언을 자제하던 그가 올들어선 여기저기 강연장을 찾아다니며 "기업에 자유를 달라"고 부르짖고 있다.
정치자금 수사 등으로 재계가 잔뜩 움츠린 상황이지만 유독 박 회장만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박 회장은 직접화법으로 정부정책을 비판하는데다 떼법론,들쥐론,지네론,왕사쿠라론,신정책 강박증 등과 같은 특유의 신조어를 만들어내 "재계의 입"이자 "재계의 말짱"이란 얘기를 듣고 있다.
"개선해야 할 것 투성이인데 아무도 쓴소리를 하지 않으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가 중국 정부나 현대자동차 공장을 유치한 미국 앨라배마 주정부처럼 기업에 극진하게 해달라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기업)만 잘 났다고 잘해 달라는 게 아닙니다. 경제 수준에 걸맞게 행정 서비스와 정치 수준을 업그레이드해 달라는 것입니다."
박 회장은 30일 기자와 만나자마자 규제 완화의 필요성부터 역설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기업할 수 있는 나라'만이라도 되게 해달라는 겁니다. 그게 무리한 요구입니까."
그는 이날 한국능률협회 주최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조찬간담회와 대한상의 주관 산업자원부 장관 초청 오찬간담회에서도 '몸통규제' '겹규제' '새규제' 등의 단어를 동원해가며 정부 규제를 강력 비판했다.
"현재 기업은 출자나 대기업 등 핵심 부문에서의 '몸통규제',똑같은 사안에 대한 '겹규제',그리고 한 쪽은 풀고 다른 한 쪽은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새규제'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는 방대해진 우리 경제에 비해 아직 정부 관료들이 '내가 아니면 누가 살피랴'식의 개발연대 시절의 우월의식과 기업지도 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되 정부는 룰을 정하고 위법자를 제재하는 심판자 역할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투'는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전쟁'을 맡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
박 회장은 지난 28일 경주에서 열린 중·고교 교사 대상 경제단체장 특강에서도 열변을 토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달러의 늪에 빠져 '잃어버린 8년'이라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8년째 게걸음하고 있으니까요. 정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시장경제에 충실한 국가인 미국과 같은 'W곡선'이 아닌 형평주의와 노사갈등이 많은 아르헨티나처럼 'M곡선'을 그리게 될 것입니다. 말 그대로 한국호(號)는 기로에 서 있어요."
그는 교사들에게도 "3천달러 수준의 정치와 교육으로는 2만달러 시대를 열 수 없다"며 대놓고 제대로 가르쳐 줄 것을 주문했다.
학생들의 46.5%가 기업의 본분이 '부의 사회환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한 설문조사 결과를 적시하며 "기업이 뼈 빠지게 돈을 벌면 주주에게 줘야지,왜 사회에 환원해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두산중공업 회장을 맡아 지난해 노조원 분신자살 등 극심한 노사분규를 현장에서 지켜봤던 그는 노사관계 안정 없이 소득 2만달러 달성은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단결·투쟁이라는 선명한 글씨가 적힌 '조끼'와 '붉은 머리띠'를 매고 투쟁적인 노동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들은 아직도 전태일 분신 시절의 노사관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경제적인 것은 어느 정도 얻었고 이제는 정치적인 힘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는 "전체 노동자의 12%인 조직화된 노동자와 비정규직 등 나머지 88% 간에 나타나고 있는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큰 문제"라며 "하지만 새로 선출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상당히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분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 회장은 정부가 연일 쏟아내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일자리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일자리 나누기,정년 연장 등 미봉책 말고 투자 확대를 통해 풀어야 합니다."
그는 일련의 강경 발언으로 '괘씸죄'에 걸릴 가능성을 묻자 "집사람이 이젠 그만하라고 말리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라고 답했다.
정구학·장경영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