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은행권의 장기저축성 예금을 중심으로 시중자금이 몰리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1월 들어 20일까지 시중은행의 저축성예금에 무려 8조5천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처럼 저축성 예금에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나는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다.


새해 들어서도 시중실세금리의 대표격인 국고채 수익률은 0.1%포인트나 상승했다.


올해 정부의 신규국채발행 계획과 자금 선(先)확보 차원에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움직임을 감안하면 시중금리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하나는 올들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에 대해서는 일반 재테크 생활자들의 기피현상이 여전한 가운데 뚜렷한 대체투자수단이 부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골드뱅킹, 원자재 펀드와 같은 대안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시중자금 흐름을 눈에 띄게 변화시킬 만큼 자금 규모가 크지 않은 상태다.


올들어 저축성 예금에 몰리는 자금의 실체는 채권형 상품과 은행권의 금전신탁 상품에서 이탈한 자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월 들어 20일까지 채권형 상품으로부터 이탈한 자금은 1조 8천억원에 달한다.


시중 실세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관련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중 은행권의 금전신탁에서 이탈한 자금은 2조5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대체상품인 저축성 예금에 자금이 몰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금전신탁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것은 LG카드 사태에 따라 이들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이 주요인이다.


지난해 이후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금전신탁은 LG 카드채를 의외로 많이 편입해 운용해 오고 있다.


반면 부동산 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은 눈에 띄지 않는다.


올해 들어서도 일부 강남 지역의 재건축대상 아파트 가격의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부동산 자금 특유의 귀속 성향과 지난해 10ㆍ29 안정대책에 따른 효과가 서서히 감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토지쪽으로 부동산 자금이 몰리는 추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랫동안 관심권 밖에 있었던 절대농지와 같은 토지에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 추세가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아무래도 올 하반기 이후 실시될 예정인 주 5일제에 따른 전원주택 수요와 토지규제 완화 계획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시중 부동자금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이 분야에 대한 정책당국의 보완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의외로 시중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한편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외국자본과 외환당국의 규제 간의 균형이 깨지면서 원화 환율이 달러당 1천1백70원대로 주저앉고 있다.


요즘 외환시장은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휴화산과 같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따라서 재테크 생활자들은 원화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환율구조 모형 등을 통해 원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따져보면 1천1백30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 수준까지는 원화 환율이 언제든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서 외화운용 전략을 짜놓아야 한다.


한상춘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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