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나디에(Don Nadie·별볼일 없는 사람).'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가 지난 1996년 취임했을 때 국민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자그마한 체격에 말투도 어눌해,달변에다 카리스마를 갖춘 펠리페 곤잘레스 전 총리와 비교하면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했다. 하지만 오는 3월 퇴임을 앞둔 그는 스페인의 신황금기를 이끈 지도자로 국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라크전 때 국민들의 반전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 지지정책을 고수,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전쟁이 끝난 후 그에 대한 지지율은 다시 치솟고 있다. 뉴스위크 최신호도 그를 '스페인 경제에 날개를 단'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지난 8년간 스페인의 경제성적표를 보면 그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간다. 스페인 경제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동안 나홀로 성장을 해왔다. 1990년대 후반에는 연 평균 4%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이뤘으며,지금도 2%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EU 국가들보다 평균 4배가량 높은 수치다. 덕분에 지난 8년간 EU에서 창출된 일자리의 3분의 1이 스페인에서 만들어졌다. 스페인 실업률은 8년 전 24%에서 지금은 11%대로 떨어졌다. 그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말보다 행동''마음보다는 머리에 호소'라는 좌우명을 지키며 차분하게 실용주의적 경제정책을 펴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실제 그는 '중도우파'란 기치를 내걸고 철저하게 실용주의적 시장경제 노선을 추구해왔다. 공기업 민영화,세금삭감,긴축예산,과도한 복지지출 축소,노동시장 규제완화 등 '경제학 원론'에 충실하게 경제구조를 시장중심으로 바꿔 나갔다. 그 결과 공공지출의 경우 GDP 대비 48%에서 40%로 줄었다. 친기업적 경제개혁이 결실을 맺으면서 2001년에는 재정균형을 이뤄 만성적자를 겪고 있는 다른 EU회원국들의 부러움도 샀다. 이같은 경제정책에 힘입어 기업들은 같은 언어권인 중남미 등으로의 진출을 서둘렀고,유럽인들이 프랑스에 이어 가장 가고 싶은 휴양지로 꼽을 만큼 관광산업도 급성장했다. 냉정하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그의 스타일은 무미건조하다는 초기 비판에도 불구,좌우파의 이데올로기 논쟁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강점이 됐다. 아스나르 총리는 지금 퇴임을 준비하고 있다. 4년 임기의 총리를 두 번만 하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오는 3월14일 총선 이후 물러난다는 방침이다. 최근 여론조사는 여당인 국민당이 앞서고 있다. 국민당이 승리하면 후계자인 마리아노 라호이가 그의 정책을 계승할 것이다. 그러나 야당이 승리하더라도 그동안 아스나르 총리가 추진해온 경제개혁과 정책을 그대로 이어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페인 경제가 앞으로도 순항할 것임을 뉴스위크지가 예견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