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엔화대출이 큰 인기를 모은 이유는 원화대출보다 이자가 평균 연 3%포인트 이상 쌌기 때문이다. 또 원ㆍ엔 환율이 지난 수년간 동조화현상을 보여 왔기 때문에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이란 전망도 엔화대출 붐을 부추겼다. 하지만 원ㆍ엔 환율은 작년 7월부터 급등하기 시작, 작년 하반기에만 1백18원(11.8%, 1백엔 기준)이나 올랐다. 기업마다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 작년 초 은행에서 1억엔의 엔화 운전자금 대출을 받은 기업은 환차손으로만 1억2천만원 이상 날리게 됐다. ◆ 환위험 회피(헤지) 왜 안했나 =기업들이 환 헤지를 하지 않은 이유는 비용부담 때문이다. 은행들이 취급하고 있는 환헤지상품은 대부분 추가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또 은행들의 환헤지 기법이 발달하지 않아 환율이 10∼20% 이상 하락해야 환차손을 보전해 주거나 반대로 그 이하로 하락해야 보호해 주는 단순한 상품이 대부분이다. 이와 함께 환율하락을 기대하고 일부러 환헤지를 하지 않은 기업도 많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대출에 대해 환헤지를 한다면 원화대출보다 금리가 그다지 낮아지지 않기 때문에 환헤지를 한 기업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 대출받은 기업 어떻게 =전문가들은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일단 만기를 연장하고 원ㆍ엔 환율이 다시 오르기를 기다리거나 △일부만 상환한 다음 나머지를 헤지하는 방법 등을 조언하고 있다. 아예 확정금리형 원화대출로 갈아탈 것을 권장하는 사람도 있다. 신한은행의 황성민 차장은 "일단 상환하지 말고 만기를 1년 연장한 다음 엔화가치가 떨어질 때 갚는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만기연장 후 중도에 갚으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별도로 내야 한다. 우리은행의 이명계 과장은 "대출원금중 50%를 갚고 나머지를 연장하면서 연장금액에 대해 헤지하는 방법을 기업들에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이현복 과장은 "더 이상 운에 맡기지 말고 안전한 원화대출로 전환하라"고 조언했다. ◆ 은행들, 엔화대출 죈다 =은행들은 최근 들어 신규 엔화대출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취급하지 않고 있다. 환차손을 입은 기업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 우리은행 등은 올들어 신규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은 수출입 관련기업이 아닐 경우 엔화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환율이 4∼5% 이상 움직이면 환차손이나 환차익을 고정시키는 기법을 개발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엔화 현금흐름이 없는 기업이 헤지 없이 엔화대출을 받는다는 것은 환투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