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특검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반포동 홍익대 강남교육원.이제껏 일요일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진흥 특별검사가 이례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했다. 김 특검의 깜짝 출현은 무언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기자들은 "뭣 좀 알아냈느냐" "수사 진척은 있느냐" 등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김 특검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지금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게 전부였다. 한 달 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출범 당시만 해도 그는 "분명히 대검이 수사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히려 '대검 수사에서 대부분 밝혀진 만큼 추가로 수사할 내용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 지난달 23일에는 설 연휴 동안 강행한 수사로 뿌듯했던지 그는 '관련자들이 미리 증거를 은닉해 압수수색 성과가 별로 없지 않냐'는 물음에 "예견한 바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잘 해낼 것"이라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특검의 야심찬 모습은 최근 온데간데 없어졌다. 같은달 26일에는 정치권의 청문회 개최 발언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28일에는 검찰로부터 건네받은 '썬앤문 그룹 95억원 제공설'과 관련한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발표해 궁금증을 더해주었다. 특검의 수사 경과를 공식 발표하는 브리핑도 맥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브리핑을 시작할 때면 "오늘은 별로 특별한 게 없어 미안하다"며 미리 용서(?)를 구하기 일쑤다. 격일제로 브리핑을 정례화한다는 기존 방침도 사안이 있을 때마다 해당 특검보가 기자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슬그머니 바뀌었다. 이젠 3명의 특검보들도 서로 브리핑을 미루는 등 열기는 갈수록 식어가는 분위기다. 오는 4일은 특검이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다. 수사기간 60일 중 절반을 사용한 셈이다. 이제 남은 특검기간은 한 달.이 짧은 기간 안에 특검이 과연 한 점 의혹 없이 국민들에게 진실의 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을지,궁금할 뿐이다. 정인설 사회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