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인수자로 영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유력시되고 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2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최근 대규모 실사단을 투입해 한미은행에 대한 정밀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조만간 칼라일펀드로부터 한미은행 지분 36.6%를 전량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실사단은 약 30명 규모이고 이 중에는 씨티은행 등에서 영입한 M&A(인수합병) 전문가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실사단의 규모와 구성으로 보아 스탠다드차타드가 인수방침을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작년 8월 삼성그룹으로부터 한미은행 지분 9.76%를 사들여 이미 2대주주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때문에 한미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여온 HSBC, 씨티, 타마섹홀딩스(싱가포르) 등 경쟁사에 비해 인수의지가 훨씬 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관계자는 "한미은행 인수와 관련해서는 아직 어떤 사항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다만 그룹 차원에서 향후 수년간 한국의 소매금융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그동안 기업금융에만 주력해온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지난해 맥킨지컨설팅과 함께 약 6개월간 한국 소매금융 시장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작년 말 대금업에 진출한데 이어 올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가 한미은행을 인수하면 외국계 은행이 국내은행을 인수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특히 전세계 50여개국에서 소매금융 업무를 하고 있어 국내 소매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뉴브리지나 론스타 칼라일 등 펀드와 달리 스탠다드차타드는 세계 유수의 은행이란 점에서 국내 금융계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