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전 술 가구 등 주요 내수 품목의 판매가 '붕괴' 수준으로 급락한 가운데 물가는 연초부터 큰 폭으로 뜀박질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르노삼성 등 완성차 5사의 1월 중 내수 판매는 7만5천7백94대로 지난해 1월에 비해 39.4%나 급감했다. 이는 지난 99년 2월(7만2천7백50대) 이후 최저치다. 이같은 감소 폭은 설 연휴에 따른 영업일수 단축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인 수준으로, 업계는 신용불량자 양산 등으로 내수 기반이 붕괴되기 시작한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양대 가전회사인 삼성전자LG전자 산하 가전대리점들의 1월 매출 역시 지난해 12월에 비해 평균 25∼30%,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선 10∼20%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전업체들이 지난달 총력전을 펼쳤던 에어컨 예약판매도 부진, 전문매장인 하이마트의 경우 에어컨 예약대수가 4백5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나 감소했다. 이같은 내수 부진 속에서 물가는 빠른 속도로 뜀박질하고 있다. 1월 중 소비자물가는 설 수요와 광우병 파동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건강보험수가 등 서비스 부문도 오르는 바람에 전달에 비해 0.6%,작년 1월에 비해서는 3.4% 각각 상승했다고 통계청이 이날 밝혔다. 그나마 이같은 상승률은 최근의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속한 상승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이들 원자재 값 상승 요인이 소비자물가에 본격 반영되는 오는 3∼4월 이후에는 물가가 더 큰 폭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철강 철근 곡물 유연탄 등 주요 원자재 값이 특히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물량 확보마저 쉽지 않아 관련 업체들은 조만간 대대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일훈ㆍ김수언 기자 jih@hankyung.com